김기중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98년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하루 2800만㎥로 미국 내 천연가스 총생산량의 1.9%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8년에는 1억 4100만㎥를 생산해 그 비중이 8.9%로 급신장하였으며, 현재는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2035년경에는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의 45%를 담당할 것으로 미국 에너지부는 전망하고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셰일가스 생산비용의 하락으로 이어져 2006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추정한 셰일가스 생산비의 손익분기점은 지역에 따라 1000 입방피트당 4.20∼11.50달러 수준이다.

자본과 기술이 충분한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기업들이 셰일가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기술혁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생산비용의 추가적인 인하가 가속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 내 비전통가스의 공급 증가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지라도 셰일가스의 경제성은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셰일가스 개발은 미국을 시발점으로 여러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천연가스와 LNG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첫째 단기적 관점에서 셰일가스의 공급 증가는 미국에 국한될 것이지만, 미국이 늘어나는 셰일가스 생산을 LNG를 포함한 천연가스의 수출 확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천연가스 가격의 하향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실제로 작년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Economist)의 계열사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셰일가스의 영향을 고려하면 2011년까지는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5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세계경제의 회복속도가 빨라질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 전망하였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이 LNG를 필요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출까지 한다는 사실은 국제 LNG 시장가격의 하향안정화에 분명히 기여할 수 있다. 미국 내 낮은 가스가격으로 LNG 수입의 경제성이 악화되면서 현재도 수입된 LNG를 재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재수출 가격도 각 지역시장에서 형성되는 현물도입가격에 비해 낮게 결정되고 있다.

둘째 셰일가스의 부상은 에너지자원의 무기화를 부분적으로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개발은 ‘가스 OPEC’이라 불리는 가스수출국포럼(GECF; Gas Exporting Countries Forum)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나라마다 개발 여건과 비용이 다를 수 있지만, 많은 나라에 셰일가스가 매장되어 있으며 필요 시 이를 생산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존 가스수출국들이 가스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셋째 전반적인 가격 및 수급 안정으로 각국 정부에서 천연가스 활용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천연가스의 이점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 현실화된다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셰일가스의 개발로 천연가스와 에너지 공급 안보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미국은 셰일가스의 생산으로 향후 200년 이상 가스를 자급할 계획이다. 에너지 관련 유명 연구소 중 하나인 FACTs Global Energy는 2020년경 미국이 최소한 750만톤의 LNG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공급안보를 이유로 본토에서의 수출이 어렵다 해도 알래스카 North Slope 가스의 LNG 수출 가능성을 다시 열어 놓게 되었다. 이미 캐나다는 수입용 터미널로 시작했던 Kitimat 터미널을 수출용 터미널로 전환했으며, 미국 Sabine Pass 터미널의 설비는 수출입설비로의 개조 허가를 받아 놓았다.

이밖에 Freeport, Cove Point, Lake Charles 등의 설비가 수출 프로젝트화한다면 미국의 LNG 공급능력은 연간 480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과 같이 LNG의 수입을 검토하거나 수입량 증대를 계획했던 국가 가운데 셰일가스 자원의 잠재력이 큰 나라들은 계획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셰일가스 자원에 대한 관심과 탐사·개발활동이 2010년부터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2020년경부터는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도 셰일가스 생산이 시작되고 점차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망 아래 LNG 도입국인 우리나라도 셰일가스 개발과 이에 따른 국제 LNG 시장의 변화에 지속적이고도 면밀한 관심을 두고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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