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보일러에 관심 가져야 녹색성장 가능”

“보일러교실, 제조사 지원 없어 아쉬움”
60만대 제품 효율 떨어져 정부지원 필요

이영수 명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가정용가스보일러 명장’이다. 그가 사랑의 보일러 교실을 연 것은 1998년으로 IMF가 한국을 강타한 때였다. TV 등을 통해 가장이 실직자가 돼 노숙자가 되는 것을 보고 명장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명장이 되면서 받은 상금 1000만원과 설비 일을 하며 모은 돈 4000만원을 합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의 보일러 교실’를 설립한 것이다.

사랑의 보일러 교실은 실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무료로 보일러 설비를 가르쳐 새 삶을 살게 해 주는 기능을 하는 곳으로 지금까지 500명 넘게 보일러 설비업 종사자를 배출해 냈다.

“가장 힘들었을 때가 처음 자리를 마련한 뚝섬의 교실을 나올 때였을 겁니다. 뚝섬에서 6년간 어려운 가장을 모아 보일러를 가르쳤어요. 책상이 45개로 평균 한 기수가 35명이었는데 그 자리를 서울 숲으로 조성하면서 이사해야 했어요. 성수동으로 이사하면서 24개 책상에 한 기수에 20명으로 줄었지요. 그러던 것이 임대비용이 올라 또 구의동으로 이사하며 책상 17개에 한 기수 15명으로 또 줄었어요. 힘들었습니다.”

이사할 때 국내의 보일러사가 교실을 지원하곤 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보일러 기술을 가르치는 기관이니 보일러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명장은 이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아쉬움도 표현했다.

“일부 제조사는 도움을 줬지만 안주는 곳도 있어요. 이사 때는 돈이 필요한데 그보다는 제품을 주려고 하죠.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힘들다고 하더군요. 제조사가 저의 도움이 필요할 땐 기술적 조언은 물론이고 보일러 사고에 대한 의견을 주기도 했는데 제가 필요할 때 외면하니 서운하더군요.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정도밖에 안되나 싶기도 해요.”

명장은 정부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가정용가스보일러에 대한 정부 정책이란 것 자체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산업용보일러는 각종 규제와 지원책이 많아요. 최소의 관심을 당근과 채찍으로 표시한 거죠. 하지만 가정용보일러는 그렇지 않습니다. 규제도 없고 지원도 없습니다. 당장 오래된 보일러에 대한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없어요. 전국적으로 보일러 보급대수가 1000만대 이상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중 7년 이상 된 보일러가 100만대는 될 거예요. 보일러 같은 연소기는 오래 쓰면 효율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예요. 가정 단위로 보면 증가한 가스소비량이 미미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엄청나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오래된 보일러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태조사를 하게 되면 그것은 규제에 속한다. 효율이 낮은 제품을 강제적으로 수리하거나 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근도 있어야 옳다.

“오래된 보일러를 효율 좋게 청소하려면 열교환기를 떼어내는 등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청소만 하려해도 그 정도인데 부품교체나 제품교체를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거예요. 시중에 있는 보일러 약 60만대는 그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지원을 정부가 해줘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정부가 말하는 고효율의 녹색성장의 길을 열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영수 명장은 사랑의 보일러 교실을 열며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다. 1998년에 작업 현장에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고, 1997년과 2002년에 에너지 대상에서 국무 총리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1982년, 1998년, 2005년에 지역민에 대한 봉사정신이 인정돼 ‘서울시장 표창’, 2001년에 노동부장관 상 등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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