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조명연구기관 ‘13년간 조명만 생각’
3대 중점 목표 설정해 고객과 함께 세계로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가 ‘불’이다. 불은 자연광에 의존하던 인류에게 빛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식습관을 바꾸고 야생동물의 공격을 차단했으며 어둠을 밝히는 조명이 됐다.

자유롭게 조명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은 1879년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하고 부터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조명 역사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생활에 혁명을 일으킨 조명, 우리나라에는 조명을 연구해 그 관련 산업을 일으키도록 하는 ‘한국조명연구원’이 있다. 오는 25일 창립 13주년을 맞는 한국조명연구원에 대해 알아봤다. 

▲ 조명 제품의 시험평가를 위해서 적분구 안에 조명시료를 설치하는 연구원의 모습
1999년 전등기구조합이 설립
한국조명연구원은 1999년 5월 25일에 ‘한국조명기술연구소’로 개소해 2010년 3월에 ‘한국조명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국내조명산업의 발전과 관련 사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기위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조명분야전문 국책연구기관이다. 조명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시험·교정, 신뢰성 평가 및 표준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경영관리부, 연구사업부, 시험교정부, 표준기술부, 신뢰성평가센터, 융합디자인센터 등이 있다.

주요사업은 ‘조명기기·전광판 관련기술’ ‘조명기기 등의 신뢰성향상 및 디자인 연구’ ‘태양전지와 이차전지 장치 시험 및 인증’ ‘기술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기술정보 분석 및 제공’ ‘성능시험과 교정’ ‘품질평가 및 인증시험’ 등이다.

처음에 조명연구원은 전등기구조합의 120여 회원사의 필요에 의해 출범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 120여 중견 조명업체의 구심점으로서 위상을 가지며 출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명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등기구조합 회원사들의 연구기관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장비들을 유·무상으로 개방해 장비의 활용률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때 장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타 인증기관보다 저렴한 시험수수료를 받았다. 또 업체와 각종 연구소 회원 가입도 적극 추진했다. 

전구에서 필라멘트를 없앴다
한국조명연구원이 대외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세계 최초로 ‘초고주파 신광원 개발’에 성공하고 부터다. 이 과제는 2001년 당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그해 12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3년간 총 98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한 초대형 국책프로젝트였다. 정부로부터 이 사업을 제안받은 조명연구원은 기존에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없었지만 연구원이 진정한 의미의 최고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기회로 여기며 연구과제 수행을 착수했다. 산·학·연 14개 단체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으로 연평균 100여명의 전문연구인력이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조명연구원이 일부 세부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사업의 총괄책임을 맡았다. 그리고 3년간의 노력 끝에 세계 최초로 300w급 초고주파 방전 신광원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제품은 전극과 필라멘트가 없고 공해물질인 수은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다. 또 형광체 역시 사용하지 않는 비형광 제품으로 기존의 백열전구나 형광램프, HID 램프와 비교해 고효율, 오랜 수명, 친환경성을 가진 최첨단 신광원 시스템이다. 백열전구보다 광변화 효율이 6배, 형광램프보다 1.5배 이상 우수하며 수명도 백열전구나 형광램프보다 각각 20배, 10배 이상인 6만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 연구원은 자립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주력사업의 하나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또 정부기관과 업체도 연구원의 연구역량에 신뢰를 갖고 연구개발과제를 위탁하거나 공통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 한국조명연구원은 외국의 협력기관과도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꿈… 업계와 동반성장해 세계로
조명연구원은 올해만 ‘3대 중점 목표’와 그 ‘9대 세부 전략’을 수립했다.

3대 중점 목표는 ‘Market Pull R&D 추진’ ‘고객과 동반성장을 위한 기업지원시스템 구축’ ‘고객 밀착형 인프라 확충’이며 세부 전략은 ‘수요자 R&D 중심의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 ‘LED 조명제품/시장 분석기능 강화를 통한 공동기술개발 기반 확립’ ‘융복합 체질화를 위한 하이브리드형 연구원 능력 배양’ ‘해외인증시장 진출 및 제품인정기관 기반 확충’ ‘LED조명-IT 융합 분야의 RSCE 수익모델 창출’ ‘고객 친화적 부가가치화를 위한 시험환경 조성’ ‘조명산업 정보제공서비스 확충 및 개선’ ‘LED조명-IT융합 인력양성 기반 확대’ ‘멘토/멘티 활성화를 통한 자기 주도적 역량 계발’이다.

이 중 수요자 R&D 중심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광학렌즈 설계 및 반사판 개발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분류하고 그에 적합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마련과 담당 연구원을 배치해 그룹별로 기술을 지원한다.

LED 조명의 공동기술개발 확립하기 위해 시스템 조명에 적합한 소재, 부품과 디지털 기술 및 디자인 기술 정보 등을 전문분야별로 정보 수입 체계를 마련해 그와 관련한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융복합 체질화를 위한 하이브리드형 연구원 능력을 키울 계획도 짰다. 최근 조명산업은 융합기술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이종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품개발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지금까지의 조명 개발은 표준개발, 시험평가분석 등에 편중돼 지적재산권 확보를 할 수 없었으나 올해부터는 직무발명 보상제, 수당 및 기술료 지원제를 시행하고 외국 SCI 논문발표 등 연구원별 목표를 설정해 능력을 배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인증기관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험인증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업체의 수출에 필요한 안전/성능/환경인증을 좀 더 손쉽게 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 2011년 에너지스타 인정시험소, ETL RTL-2 기관 지정을 시작으로 올해는 CB 및 NVLAP를 인정받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태양광 등 CBTL 자격을 획득할 예정이다. 또 KS인증 품목 확대와 검사기관 및 KAS 자격 획득을 위한 ISO/IEC 가이드 65(제품인증기관 자격요구사항)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조명엔진의 외국시장 개척과 표준 및 시험기관지정을 위한 Zhaga 정규 회원 가입 및 인정시험소를 신청할 예정이다.


(인터뷰)한국조명연구원 공영식 원장
“정부 관심있으면 중견기업 3배 늘어날 것”
외국 인증 국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이바지

한국조명연구원 공영식 원장은 지난해 1월에 취임한 이후 약 1년 5개월간 연구원의 자립기반과 업계의 발전을 위해 일해 왔다. 지금까지 연구원들의 창의적인 업무와 잠재한 능력을 끌어 올리도록 노력하고 업계의 기술동향을 파악해 신성장동력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공 원장은 이제 미래를 위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영식 원장을 만나 그의 계획, 연구원의 계획, 업계의 나갈 길을 들어봤다.

 “조명연구원은 오는 23일로 창립 13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13년간 연구원은 질적, 양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앞으로도 이뤄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LED조명을 비롯해 차세대 조명분야는 앞으로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연구원은 자립기반 조성과 국내 조명산업 산·학·연·관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각종 R&D 인프라 조성과 이를 통한 핵심기술 개발, 글로벌 네트워킹에 사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 핵심사업인 조명분야의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이끌어야 할 일이 많기에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올해 13주년을 맞아 연구원은 ‘조명의 영토를 넓히자’라는 새로운 핵심 주제를 세웠습니다. 이는 우리 연구원이 주체가 돼 선진국 수준의 조명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빛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혁명
모든 인간은 조명 속에서 산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때도 조명은 주변에 항상 있다. 그런데도 조명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조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명은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봐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잖아요. 그래서 그 소중함을 알 수 없는 것이죠. 그것이 없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으니 말예요. 에디슨이 1879년에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조명의 대중화를 이뤘습니다. 증기기관이 발명 돼 이것이 동력의 혁명으로 이어져 산업혁명을 이룬 것처럼 조명이 발명됨으로 인간의 경제활동이 비약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는 제2의 산업혁명이라고 봐야 합니다. 인간의 기본적 생활양식으로 의식주를 꼽습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다음 순위를 매기라면 전 빛을 만들고 조작하는 조명 즉 明 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제중심의 정부지원은 문제
최근 정부가 에너지의 고효율화를 위해 LED조명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설치와 보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LED가 국가 에너지 절감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의 조명사업을 위한 정책에는 아쉬움이 없는지 궁금했다.

“국가 지원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LED 등은 이제 겨우 개발 시작단계 기술임에도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과제 중심의 지원 편성만 하고 있습니다. 과제를 제시한 후 이를 수행하도록 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간과 인력을 다른 곳으로 투입하기에 다른 일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소자, 광학, 제어, 화학, 디자인 등 업종별 직접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는 시의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늦으면 지원해도 소용없는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3년간 매년 200억 규모 수준을 지원할 수 있다면 지금의 조명관련 중견기업을 세배 수준으로 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명은 여러 가지 학문이 합쳐진 기술이기에 중소기업 중 성장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많습니다. 그에따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 드뭅니다. 그 분류를 우리 조명연구원이 한다면 효과적일 것으로 봅니다.” 

1등 제품만 보여주는 상설전시장 필요
공 원장은 조명기기에 대한 상설전시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국내 최고의 제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장이 없습니다. 각종 전시회가 매년 열리지만 이는 기관과 업체의 이익에 따라 누구라도 전시할 수 있기에 제품의 질적 수준을 알 수 없는 때가 많습니다. 분야별 최고의 제품만을 선별해 전시하는 상설전시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전시장이 있고 새로운 1등 제품이 나오면 그 제품으로 또 교체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업체 간 기술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국내외 바이어가 찾아와도 항상 최고의 제품을 볼 수 있기에 수출에 영향을 줍니다. 아울러 최고의 제품만을 전시하기에 조명기기의 현주소를 알 수 있어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명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각종 조명기술과 관련제품이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각종 외국 인증을 국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자금과 인력, 그리고 시간을 줄여주는 일로 수출 활동을 하는 기업으로서는 가장 절실한 일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에 조명기기를 수출하려면 ‘에너지스타’ 인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에너지스타는 미국 정부가 조명이 포함된 각종 에너지 사용 제품의 고효율성을 인증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인증이 없으면 미국 수출이 힘듭니다. 특히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이 인증없이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인증을 받기가 무척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명은 6000시간의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이를 대행해줄 기관이 필요했습니다. 조명분야는 조명연구원이 미국으로부터 공인인증기관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미국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비용만 우리 돈으로 1억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조명연구원을 통하면 그 절반에 족합니다. 500여곳에 달하는 조명업체들도 일제히 반겼다는 후문입니다. 또 러시아 인증도 우리나라의 KS와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러시아 표준인증인 GOST를 KS와 동일한 효과를 주도록 이끌었습니다. 한국에서 KS를 받으면 러시아 GOST를 받은 것과 동일합니다. 당연히 표준문제로 러시아 수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러시아는 최근 에너지효율화 정책으로 LED조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기업도 다양하게 수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명업체의 외국 수출에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명공학과 설립하자
우리나라의 조명관련 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인력양력에 있다. 공 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의 30%를 차지하고 고효율 기술과 에너지소비 절감의 핵심에 조명이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조명공학과’ 설립에 대해 주장했다.

“세계 조명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전문화한 조명 인력 양성은 필수입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교육 사업이 정책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부족합니다. 신광원 개발부터 응용제품, 상용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전문화시킬 인력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조명공학과 설립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명은 재료, 광학, 방열, 전기전자제어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한 분야고 IT, 농생명, 의료공학 등 응용기술 범위도 대단히 넓습니다. 디자인만 봐도 경관, 인테리어, 무대 등 그 안에서 범위가 또 확대됩니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결합된 만큼 공학만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나아가 인문학을 아우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조명공학과를 만들려면 다양한 전문가의 협력과 정부 및 대학, 조명업체의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에 대한 국가기술자격 제도도 신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조명 기술자는 주로 단기간의 교육으로 이뤄진 인력들입니다. 이에 우리 연구원은 정부에 조명관련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3가지 등급에 대한 자격제를 시행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중국보다도 조명기술이 뒤처진 건 이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공부해도 자격증을 주지 않으니 벌어진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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