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수 가스공사 사장,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다시 연임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난해에는 에너지 공기업 ‘빅5’ 중 한국전력을 제외한 4개 기관의 기관장이 동시에 연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이들의 연임에는 해외사업 등 지속사업의 비중이 높아 기존 기관장의 전문성, 사업의 계속성 등을 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배경이 깔려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이 ‘피로 누적’을 이유로 돌연 사의를 표명, 그 배경에 안타까운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해외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 강 사장이 옷을 벗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해외 자원개발사업과 관련된 감사원의 지적사항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을 상대로 한 감사에서 지난 2010년 말 기준 191개 해외 석유개발사업을 통해 자주개발율은 높아졌지만 정작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나 가스 등이 국내로 유입된 적이 없다며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유명무실하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감사 결과는 에너지 자원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반드시 석유, 가스 등의 국내 도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는 어불성설에 가까운 주장이기 때문이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인프라 건설, 시설 운영 등 EPC 사업과 연관된 패키지형 사업이 될 수도 있고, 국제 에너지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등 다양한 형태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사업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대로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반드시 가스나, 석유 등의 국내 도입으로 이어져야만 한다면 어떤 기업이 리스크 높은 해외사업에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1년 내내 각종 감사에 시달려야 하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아예 해외사업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지난 3년간의 임기 동안 휴가를 거의 쓰지 않기로 유명한 강 사장이 무려 이주간의 휴식을 끝내고 복귀한 뒤 사의 표명을 철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번 강 사장의 사의 표명은 개인적인 불행인 동시에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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