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석 전력거래소 기획평가팀장

지난 6월 7일 전력예비율이 5%대로 떨어졌다. 오후 2시경, 서울 기온이 섭씨 28도를 넘어가면서 전력사용량이 6,334만kW까지 치솟았고 예비전력은 350만kW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전력수급 비상 중 ‘관심’단계가 발령되면서 전력거래소를 비롯한 전력당국은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대부분의 발전소는 긴 겨울 동안 가동상태로 있다가 봄이 오면 다음 여름을 대비해서 많은 발전소들이 정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봄이 너무 짧아지다보니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정비를 다 마치고 가동상태에 들어가기도 전에 여름이 찾아드니 공급능력은 부족한 상태에서 냉방기 사용은 늘어나면서 매일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준-관-주-경-심’, 일반인들은 관심조차 없는 이 용어가 요즈음 전력기관의 필수어가 되어버렸다, ‘준비-관심-경계-심각’단계를 표현한 이 용어는 전력예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질 때 100만kW 단위로 발령되는 전력수급비상단계를 말한다.

6월 중 19일까지 전력수급비상이 걸린 날은 총 9일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현충일을 제외한 평일이 총 12일인데, 이 가운데 9일이 비상이었으니, 평일 중 3일만이 안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9일의 비상 중 500만kW~400만kW 때 발령되는 ‘준비’ 단계는 8일, 400만kW~300만kW 때 발령되는 ‘관심’단계는 1일이다. 시간으로 보면 최대전력이 발생한 시간대는 오후 2시~5시 사이이다.

19일은 서울 기온이 섭씨 32도를 상회하며 최대전력이 거의 6700만kW에 도달했으나, 최근에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개시한 발전소와 시운전발전기들이 공급능력을 증가시킨 덕분에 ‘준비’단계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기상청에서는 올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여름철 전력수급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전력수급비상이 발령되면 전력거래소 직원들은 즉시 공급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 비중앙급전발전기에 연락하여 현재 발전량과 발전을 추가로 할 수 있는 용량을 파악한다.

조금이라도 공급용량을 모으려는 노력이다. 30도가 넘는 사무실에서 근무의욕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 직원에게 휘들옷을 입도록 하고 있다. 한전은 수요관리가 시행되면 산업현장에 직접 가서 전력수요를 줄일 것을 요청한다고 한다.

발전회사들은 발전소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심초사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전력관련 기관들만의 조바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요즘 전력상황이 많이 어렵다면서요, 저도 필요없는 전원을 다 차단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면서 힘내라는 말을 덧붙인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회사 직원의 자녀는 전기를 책임지는 일을 하는 아빠가 너무 바빠서 주말가족이 되었다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전기를 아껴달라고 급우들에게 호소문을 나누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너무나 감사한 이야기들이다.

전기절약에 관해서는 이웃 일본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 발전량의 30%를 넘는 원전가동을 중단하고 전력공급이 자주 중단되는데도 잘 버티고 있다.

강제절전을 발동하고 있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국민들조차 적극적으로 절전에 동참하고 있다. 일사병으로 사망하는 노인이 속출할 정도라니 위기에 동참하는 일본의 국민성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점차 전기절약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온이 올라가면 언론이 먼저 전력상황을 묻고 국민들에게 알려 절전을 유도하고, 방송사에서도 전력예보나 자막으로 절전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기업체에서는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요청할 경우 조업을 줄여가며 수요관리에 협조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상업시설에서도 많은 협조를 하고 있다. 불편하더라도 조금씩 양보해서 많은 사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미덕이 우리 사회에 펼쳐지고 있으며, 이러한 협조가 지속된다면 전력위기 없이 올 여름을 충분히 넘기리라 생각한다.

‘준-관-주-경-심’ 중 ‘심(심각)’ 단계에 들어서면 지난 해 9.15순환단전 같은 조치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전기사용을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피크에 달하는 시간대는 평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이다. 이 시간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데 동참해 준다면 지난 해와 같은 전력대란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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