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배 전력거래소 전력계획팀장

올해 여름 전력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올해 하계 예비전력은 수요관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147만kW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관리를 시행하더라도 원활한 전력공급을 위한 예비력 확보 기준인 500만kW 수준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전력난은 지구 이상기후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10년간 봄은 78일에서 33일로 짧아졌고 여름·겨울은 107일에서 127일로 늘어났다.

지구온난화로 때이른 무더위가 발생함에 따라 냉난방 부하가 작년 대비 300만kW가 증가했고 더불어 대규모 발전설비가 계획 외 고장 등으로 공급능력이 낮아지면서 전력난이 가중된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내년 동절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신규발전기 조기준공, 수요관리, 구역전기 및 상용자가발전기 기동, 배전용 변압기 탭 조정 등을 운영하고 있고 그 외에도 발전기 출력증가 장치, 긴급설비 도입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전력수급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산업계는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대비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9.15정전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이러한 정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40여년전 발전기 탈락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적이 있다.

1971년 서울화력 5호기 고장으로 주파수가 하락하고 이후 추가적으로 발전기가 탈락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민생활수준이 높지 않았고 대규모 산업, 상업 시설 등의 적어 큰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즉시 정보제공’ 체계가 중요한 국가안보, 폰뱅킹, 인터넷거래 등의 금융분야, 막대한 데이터 전송을 필요로 하는 통신분야, 지하철-버스-주유소 등의 교통분야, 엘리베이터, 위생시설, 식수 공급 등 국가안보에서 민생분야에 이르기까지 주요 시스템 마비로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전계통 정전이 발생하는 극단적인 상황 발생시 공급지장으로 인한 비용이 11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수요관리는 강제적인 전력소비 절감 이행에 따른 산업체의 조업단축, 업무효율 하락, 생활불편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수요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수천억 규모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전력수요 절감도 좀 더 스마트한 방법으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적으로 냉난방 직접부하제어를 통한 피크수요 절감 방법이 있다.

냉난방 제어란 냉·난방 기기부하를 원격으로 주기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수용가가 불편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지능형 원격 제어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나라인 경우 계절적 요인으로 하계와 동계에 피크수요가 발생하여 냉난방 기기 전력소비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냉방부하인 경우 2011년 기준 1729kW로 전력수요의 23.1%, 냉방부하인 경우 1631만kW로 전력수요의 22.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냉난방 부하는 온도에 민감하여 온도가 1℃ 변화 시 하계 냉방수요는 150~200만kW, 동계에는 30~50만kW가 증가한다.

이러한 냉난방부하를 20% 절감할 경우 약 300만kW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기 3대를 대체하는 양이다.

원자력 1기 발전소 건설비용이 2조원임을 감안하면 6조원에 이르는 건설비용을 절약하는 셈이다.

또한 냉난방부하제어는 현행 수요관리에 소요되는 비용 대비 약 20% 적은 비용으로도 동일한 감축효과를 낼 수 있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지능형 냉난방부하제를 통해 산업체의 조업차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에너지 절감을 할 수 있도록 똑똑한 수요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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