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한전 마케팅처 요금제도팀장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유례없이 ‘준법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4월 한전 이사회는 13.1%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전기요금이 원가수준을 회복하려면 그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경부는 6월 12일 국민경제 부담 급증 우려로 한전에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며 인상안을 반려했다.

이에 훨씬 낮은 수준의 인상안이 차후 신청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전은 연료비연동제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10.7% 요금인상안을 지경부에 인가신청하였고 사외이사는 전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여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7월17일 지식경제부는 국민경제 여건과 연료비 동향 등을 감안할 때 금번에는 우선 5%이하 수준으로 조정하고 차후 경제상황이나 유가동향 등을 고려하여 추가조정함이 타당하다고 재차 반려하였다.

정부가 5%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까지 반려한 상황에서도 한전이 왜 선뜻 정부의 재검토 요청안을 수용할 수 없는 지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첫째, 전기요금 산정은 사업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거한 기준에 따른다. 전기요금은 전력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경제부 고시인 ‘전기요금 산정기준’ 제12조에 따라 한전은 매회계연도 종료 후 재무제표, 제조원가명세서 등 회계자료를 지경부와 기재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그 자료를 토대로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원가 검증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전기요금 인상에 필요한 총괄원가에 대해서는 한전과 정부가 공동으로 원가 검증을 실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둘째, 현행법상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한 정부의 수정인가, 다시 말해 정부가 요금인상률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2011년 8월 전임 한전 사장이 주주들에 의해 피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아 입은 2조8000억원 상당의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요금 통제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를 판매해 한전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7조2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전기사업법 제16조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안은 한전의 인가신청에 대해 지경부장관이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토록 되어 있다.

또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전기요금이 적정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한 것이고 공급종류별 또는 전압별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으면 인가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셋째, 물가안정을 위해 전력가격을 규제하더라도 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원가보상은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결국 합리적인 에너지소비를 유도하고 불필요한 외화유출을 막아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 된다.

전기요금 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다. 발전을 위해 원료를 100% 수입해 만드는 우리나라에서 연료비는 통제 불가능한 비용이다.

한전은 시장을 통해 전력을 구매해오면서 전력생산에 들어간 모든 비용과 이윤에 대해 발전사에게 보상해야만 한다. 발전사가 연료를 싸게 혹은 비싸게 구매하든 발전사 귀책사유로 발전기가 고장 나거나 가동이 지연되어도 모든 비용을 한전이 지불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되어 있다.

한창 논란중인 고리원전 1호기가 발전하지 못해 추가되는 비용이 하루에 약 20억에 이른다. 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어떤가. 수년간 물가안정을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전력공급을 위해 투입된 비용이 100원인데 87원에 판매했다. 재료비보다 완제품이 더 싼 격이다.

그결과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전력소비는 연평균 5.3%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의 5배를 웃도는 수치다.

넷째, 법과 원칙에 우선한 전기요금 현실화만이 저탄소녹색성장과 후세대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전기요금은 물가문제 이전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중대한 국가 차원의 문제이며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가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시그널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참여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산정된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 수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경우 전력과소비 현상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가격시그널을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패턴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정책만이 다가올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임을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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