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놓고 산업계 반발 계속

기후협약이 단순한 환경규제에서 벗어나 경제규제로 작용한지 오래고 전세계 국가들의 아젠다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UN, G8, G20 정상회의 등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핵심 논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 정부도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후친화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기후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저탄소녹색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는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온실가스ㆍ에너지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도다.

▲저탄소녹색성장 선도국가 자리매김

비 APPEX I 국가이지만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에게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압력이 거세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선진국의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도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기 위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단순히 기후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세계 최초의 종합계획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 등으로 인해 우리정부는 지난해 G20정상회의를 통해 ‘녹색성장의 선도국가’로 세계적으로 인식받는 성과를 거뒀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내외에 천명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 도입 등 실제적인 감축수단을 마련하는 등 실천에도 앞장선점이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성장’의 최일선에 기업들이 있고 이들이 정책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점에서 온실가스ㆍ에너지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을 놓고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점은 주목해 볼만한 일이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의 차이

온실가스ㆍ에너지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 모두 녹색성장기본법을 근거로 마련된 것이다.

목표관리제가 직접규제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배출권거래제는 시장친화적으로 마련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총량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배출권의 매매를 통해 감축의무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이며 목표관리제도는 대규모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절약 목표를 설정, 관리하는 제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거래 매커니즘과 운영 인프라를 구축해 시행되며 목표관리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61%에 달하는 47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의 관리방식을 비교해보면 목표관리제는 단년도를 대상으로 목표가 설정되고 연도말에 이행실적을 점검하게 된다. 반면 배출권거래제는 계획기간(5년)을 대상으로 목표가 설정되고 초과감축량의 이월을 감안해 계획기간말에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차이가 있다. 결국 목표관리제의 시행기간은 단년도를 기준으로, 배출권거래제는 다년도로 한다는 것이다.

초과감축량 처리에 있어서도 목표관리제는 당행연도에 소멸되고 인센티브가 없지만 배출권거래제는 부족 업체에 매각하거나 다른 이행연도에서 차입이 가능한 차이가 있다.

적용대상은 목표관리제가 올해말까지 2만5000톤, 내년부터는 2만톤, 2014년부터는 1만5000톤 이상 배출업체가 대상이며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 업체 중 2만5000톤 이상 배출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해외사례를 비교해보면 목표관리제가 우리의 독자적인 정책인 반면 배출권거래제는 EU 등 일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는 목표관리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해 이중규제 소지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모두를 준비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관리제 병행실시, 업계 부담 커져

정부, “적용 대상 틀려 문제 없다”


▲산업계, 신중한 정책 필요

산업계는 Post-2012 체제에 대한 확실한 결론이 없는 상태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앞서 국제 동향 등을 충분히 감안한 후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우선 Post-2012 체제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국내?외적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상태에서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상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상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도록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하지 않은 현 추진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는 이같은 산업계의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이날 참가자들은 온실가스ㆍ에너지목표관리제가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일정기간 이 제도를 시행한 후에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시기에 있어서도 여전히 빠를뿐 아니라 효과에 의문도 계속해 제기했다.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한 시점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규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감축잠재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계를 대상으로 목표관리제에 이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등 녹색규제를 확대하고 있는데 불만이 크다”라며 “목표관리제를 먼저 안정화시키고 실제 자본이 움직이는 시장형 제도인 배출권거래제는 도입을 추후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진 대한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G20 국가 중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나라는 EU 5개국에 불과하다”라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G20 국가들이 모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경우 우리도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제도를 늦춰서 시행할 경우 오히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할당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라며 “국가적 목표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시행을 빨리해 기업의 부담을 늦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정부는 Post-2012에 대비해 비용효율적인 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목표관리제보다 유연성이 강화된 제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목표관리제와 적용대상이 분리돼 이중규제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강조한다.

그러나 산업진흥의 주무부서장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차이가 있다.

지난해 11월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가 산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제도 도입 논의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특히 “발전이나 중화학 업종에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할 경우 전기료 상승을 가져와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며 반대의사를 명백히 하기도 있다.

실제로 기업의 입장에선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중 어느 제도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 확실할 수 없고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차이가 있어 두가지 제도에 대한 대비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결국 이같은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큰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지 않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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