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에 4조4000억원 손배소송 준비

정부의 과다한 요금규제가 결국 공기업 한국전력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고 한전이 준정부기관인 전력거래소와 내부의결기구인 비용평가위원회 위원을 대상으로 4조4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전은 29일 전력거래소와 전력거래가격 결정에 필요한 발전비용을 심의․의결하는 비용평가위원의 부당하고 편향적인 업무 처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 4조400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전이 요구한 4조4000억원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회가 결정한 정산조정계수가 한전에 불리하게 작용해 3조원의 손실비용이 발생했고 전력거래소가 분기별로 조정계수를 보고하지 않고 재산정하지 않아 추가로 1조4000억원의 전력구입비가 발생했다는 논리로 추정한 금액이다.  

이에대해 전력거래소는 30일 해명자료를 내고 "한전의 주장은 전기요금 인상좌절에 따른 불만을 정부 공격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정산조정계수가 도입된 2008년 5월 이후 한전은 비용평가위원회 핵심 위원 자격을 보유하고 정산조정계수 산정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올해 차입한도 8조9000억원중 상반기에 이미 7조7000억원을 차입해 차입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산조정계수의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올해에만 1조5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극심한 자금사정을 감안, 향후 적정한 전력거래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감액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력시장은 가격입찰 없이 발전이 가능한 용량만을 입찰하는 불완전한 시장으로 매시간대별 예상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투입된 발전기 중에서 전력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를 시장거래가격으로 정하고 있다.

한전은 "우리나라와 같이 발전원별 전력생산단가 차이가 큰 상황에서 원자력, 석탄, LNG발전기 등의 모든 발전량에 대해 시장거래가격을 전액 지급할 경우, 전력생산단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발전기는 과도한 이익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소비자 전기요금을 규제받고 있는 한전은 전력시장가격(SMP)으로 전력을 구입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돼 한전과 발전자회사간 재무불균형이 심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의거,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한 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토록 하고 있으며 전력가격 결정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지식경제부 1인), 전력거래소(1인), 한전(1인), 발전회사(1인), 정부출연기관(1인), 민간전문가(3인) 등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비용평가위원회를 두고 있다.

한전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하며 비용평가위원회는 거명하지 않고 평가위원 개인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력관계자들은 이번 한전의 소송방침을 놓고 "한전의 입장은 이해하나 4조원대의 금액을 전력거래소와 평가위원 개인에게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비이성적 처사일뿐만 아니라 이런 행위 자체가 올연말 한전 소액주주들로부터 적자에 따른 배임혐의를 면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제19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전과 전력거래소간의 문제를 쟁점화시켜 지난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 문제를 재공론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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