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가스체제 개편 촉진한다

발전플랜트·석유화학, 석유에서 가스로 이전채굴기계·자동차 등 관련산업 동반 성장2000년대 고유가와 채굴기술 발전으로 개발되기 시작된 셰일가스가 최근 경제성을 가진 대체에너지로 부상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스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셰일가스 매장량은 천연가스 매장량의 40% 수준인 6622tcf로, 전 세계가 125년간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중동과 러시아에 주로 매장된 천연가스와 달리 전 세계에 고루 분포하고, 특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에 각각 1,275tcf, 862tcf의 많은 양이 확인되고 있다.

셰일가스의 대량생산은 세계 천연가스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에너지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셰일가스의 가치사슬에 따라 채굴기계, 특수강, 조선 산업의 대중국 및 미국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중장기적으로는 유화, 화학플랜트, 발전 산업이 석유 중심에서 저렴한 가스 중심으로 에너지구조가 재편되면서 경쟁력 및 수급상의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전망이다.

▶ 최대 난제는 환경오염

본격적인 셰일가스의 개발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다.수압파쇄법은 기존 시추방법에 비해 1000배 이상의 용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지역의 수자원을 심각하게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0.5%의 화학첨가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수평시추법과 수압파쇄법의 결합기술은 지반 약화를 초래해 지진위험을 크게 증가시키고, 채굴 시 메탄가스 누출에 따른 대기오염의 위험이 존재한다.IEA는 환경비용의 증가로 셰일가스의 개발비용이 약 7%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화를 시나리오별로 전망했다.

셰일가스 개발 낙관론(Golden Rules Case)에 따르면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하에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가스 수입국인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으로 세계 가스시장은 판매자 중심에서 구매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값싼 셰일가스의 공급으로 가스 수요는 2035년까지 50% 이상 상승해 가스가 세계 에너지 구성의 25% 이상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관론(Low Unconventional Case)의 경우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셰일가스 개발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셰일가스 개발이 부진할 경우 석탄, 석유, 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의 수급 비중은 그대로 유지되나, 수력과 바이오매스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중국 중심의 셰일가스 개발

미국은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 셰일가스 탐사 및 채굴 기술을 바탕으로 가스 수출국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손익분기점은 석유 메이저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1000 입방피트당 11.50달러에서 6.80달러까지 크게 개선됐으며 선진화된 가스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셰일가스의 저장, 액화처리, 수송 등 가치사슬에서 기존 수출국과의 시장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 미국은 2010년 가스수입의 11%를 셰일가스로 대체했으며, 2016년에는 1.1bcf를 수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셰일가스의 세계 매장량 1위인 중국은 가스 개발로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외국기술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에 천연가스 소비의 37%를 자국에서 생산된 셰일가스로 대체하고 에너지원 중 천연가스의 비중을 2008년 2.7%에서 2020년 5.2%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미-중 친환경 에너지 협력방안’을 통해 셰일가스개발에 필요한 투자와 기술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올해 가스광구 분양권을 4개에서 25개로 늘려 민간기업에 채굴을 승인했다.

유럽계 Shell은 오는 11월부터 쓰촨성 셰일가스 개발을 시작하고 미국의 ExxonMobil과 Chesapeake도 중부 내륙지역 가스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유럽은 환경문제로 셰일가스 개발에 부정적이나 메이저 석유회사를 중심으로 개발에 착수해 2015년까지 유럽소비의 6%를 공급하고, 2020년까지 2015년 수준의 4배 이상으로 증산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낮은 환경규제로 셰일가스 개발이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폴란드 정부는 탐사광구수를 확대하기 위해 109개의 개발권을 발급해 2014년부터 셰일가스의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과 헝가리는 ExxonMobil에게 개발권을 부여하고 올해부터 셰일가스 시추를 시작하며 스웨덴은 Shell, 프랑스는 Devon, 영국은 Euro Energy와 함께 셰일가스 탐사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전력생산 천연가스 비중 2035년 24%

전력산업에서는 가격과 온실가스 배출 면에서 비교우위인 천연가스가 주요 발전연료인 석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전력생산 원료 중 천연가스의 비중이 2008년 22%에서 2035년 24%로 높아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천연가스가 석유를 대체, 생산원료로서 사용이 전망된다. 셰일가스 생산국인 미국과 중국의 석유화학산업은 값싼 천연가스 원료 사용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로 중저가시장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플랜트산업의 경우 셰일가스의 가치사슬에 관련된 설비개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에 따르면 2035년까지 100만개 이상의 새로운 시추가 실시돼 가스개발 플랜트의 발주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가스의 저장 및 운송을 위한 기화·액화과정에 사용되는 화학, 기계 산업의 시장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 기계·플랜트 산업 등 영향 클 듯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도 밝다. 셰일가스 개발은 단기적으로 채굴기계 산업 수출 증대의 기회가 된다. 셰일가스 생산설비에 필요한 감속기, 가스압축기, 굴삭기 등 기계 산업의 수요가 증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술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우리나라 채굴기계 산업의 수출증가가 기대된다. 특수강 산업의 경우 고급 에너지 강재의 수요가 2012년 6000만톤에서 2015년 8000만톤으로 증가하고 가스저장을 위한 압력용기강의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강관산업은 이미 가스 라인파이프 수요증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8년 11%에서 2011년 27.6%로 상승했다. 천연가스관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미국의 ‘파이프라인 안전법(Pipeline Safety Law)’이 발효 됨에 따라 자동밸브의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스의 국가간 거래가 50% 이상 확대돼 가스운송관련 조선산업의 특수가 예상되며 LNG선의 발주가 증가하면서 액화처리용 보냉재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육상에서는 액화된 천연가스의 저장 및 처리 설비의 비용이 높아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의 생산지인 북미를 중심으로 석유에서 분리한 나프타 대신에 가스를 원료로 하는 가스화학 플랜트의 발주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한편, 석유화학산업은 저가의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한 중국과 미국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될 경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자동차 산업도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의 개발과 생산을 위한 투자 증대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셰일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2035년까지 도로교통용 원료로서 현재 소비량의 6배 이상 증가한 150bcm이 사용될 전망이다.

▶ 셰일가스 개발붐에 대한 적극적 대응노력 필요

향후 셰일가스 개발과 공급확대로 인한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동 중심의 수입선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셰일가스 매장지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셰일가스를 포함한 비전통 에너지 자원에 대한 투자와 지분참여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FTA의 일종인 TPP(Trans-Pacific Partnership)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가스 개발에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개발에 투자가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한미 FTA를 활용해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참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석유 중심에서 가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 에너지시장에 대한 정부와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며, 셰일가스의 가치사슬에 관련된 산업 및 기업의 시장진출, 기술개발 등에 대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으로 본격화 될 셰일가스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파급효과와 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후속연구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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