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국회의원(새누리당)

▲ 홍일표 의원(새누리당)
과거 석유업계에서 7대 글로벌 석유메이저를 일컬었던 ‘일곱자매(seven sisters)’는 매우 정치적인 이름이다.

이탈리아의 민족주의자이며 실업가인 ‘엔리코 마테이’가 미국의 엑손, 모빌, 셰브런, 텍사코, 걸프와 영국계 BP, 네덜란드계 로열더치셸 등 1950년대 당시 세계 석유산업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었던 메이저 석유회사의 카르텔적 독점상황을 부각시키고 타격을 주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

20세기 중반까지 ‘일곱자매’의 위상은 대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1951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이 석유 메이저들은 전 세계 석유자원의 82%, 생산량의 80%, 정제시설의 76%를 장악하고 경쟁억제와 인위적인 가격 결정을 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자원민족주의 대두, OPEC 결성, 산유국의 국영석유회사 설립 등으로 인해 석유공급 및 가격결정에 있어서 석유메이저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게 됐다. 특히 석유 메이저들의 원유 생산량이 이미 1987년 전 세계 생산량의 7.1%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약화되면서, 유가결정의 변수로 메이저들의 가격 카르텔을 꼽는 경우는 없다.

이제 석유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21세기 들어서 지속적인 고유가는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성장과 석유자원의 희소성 때문으로 지적된다.

석유는 백악기와 쥬라기 두 기간 동안에 유기물이 지각에 묻혀서 생성된 것으로 쓸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급확대는 점점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특히 리비아 사태처럼 기존 원유 공급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되면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와 희소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에 석유가격은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석유의 희소성을 대표하는 것이 ‘피크오일’론이다. 피크오일론이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이 어느 순간 정점에 달한 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예측으로 1970년대 미국 내 석유생산량이 이 가설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이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학자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21세기 전반기에 피크오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는 곧 화석연료에 의존해 성장한 산업 문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의 지질학자 허버트가 1956년 미국의 원유공급이 향후 15년 뒤에 최고조에 달한 뒤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 이후 ‘피크오일’은 찬반을 거듭했지만, 언제 도래하느냐 하는 전망의 차이만 남았고 이제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만약에 피크오일이 닥친다면 공급 감소가 지속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지 않은 국가는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지만, 풍력이나 바이오 등은 단기적으로 석유와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석유·가스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메이저들도 피크오일시대 대책으로 추가 유전개발이나 산유국과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도 최근 석유의 해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석유개발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피크오일 시대의 도래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에게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3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최소 1억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에 참여하는 권리, 3개의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는 MOU에 서명한 것은 다가오는 피크 오일시대에 대한 대책이다. 특히 본 계약이 성립하게 되면 현 정부 출범 전까지 4%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약 15%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2011년 1월 21일 한국석유공사의 영국석유회사 다나사(Dana Plc) 인수 기념식에 국회를 대표해 참석해서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이번 다나사의 인수 성공으로 한국은 10%의 자주율을 확보하고,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석유생산기지를 확대하게 됐다”고 강조했었다.

해외유전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고, 피크오일시대에 대한 대책이며, 현 정부가 잘한 일 가운데 하나다.

 

■ 홍일표 의원은

- 홍성고 / 건국대 법과대학 졸업

- 대구·대전·인천·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

- 서울고법 판사 / 인천지법 판사

-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 18,19대 의원(인천/남구갑.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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