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산업 경쟁도입 둘러싸고 여야 입장차 극명
소위 위원 대부분 교체돼 논쟁만 되풀이 될 듯

지난 8월 30∼31일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했다.

이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은 이른바 ‘선진화 법’으로 불리며 신규 판매사업자 허용을 통해 천연가스 도입․도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고 발전용에 대해 우선 경쟁을 도입한 후 산업용으로 경쟁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민주당 의원연찬회에서는 이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의 처리를 결사 저지해야 한다는 당론이 모아진다.

정치적인 성격의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MB악법’으로까지 규정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친재벌적 법안으로 국회통과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도시가스사업법이 선진화 법, 경쟁도입 법을 거쳐 친재벌 경쟁도입법안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는 순간이다.

<10년간 지속된 가스산업 경쟁도입 논쟁>

2008년 10월 정부는 2010년 중 가스산업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내용의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2009년 9월 이 선진화 계획을 토대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 국회 제출한다.
하지만 선진화 계획 발표 후 2년,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 후 1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0년 10월 현재까지 가스산업의 구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경쟁’이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지식경제위원회는 2009년 11월, 2010년 2월, 4월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법안심사 소위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가스산업 경쟁도입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팽팽한 의견대립만이 이어졌다.

더 정확하게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시작된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10여년이 넘도록 같은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경쟁도입 유효성 KDI도 ‘몰라’>

가스산업 경쟁도입이 갖는 득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KDI를 통해 추진한 ‘중장기 가스산업 발전방향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생산자간의 경쟁이 전제되지 않은 중개인, 즉 도소매사업자간의 경쟁은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해외 자원개발의 측면에서 민간기업의 가스산업 참여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전량의 천연가스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도소매사업자간 경쟁도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또한 산업 구조개편의 성패는 유효경쟁과 개방접속의 실질적인 달성여부에 달려있지만, 유효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비자 또는 생산자간 치열한 경합구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정책목표 중 공익을 논외로 하고 효율성 제고만을 위한 정책수단을 비교한다면 민영화 또는 이에 준하는 경영평가시스템의 확립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서는 요금체계의 개편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요금체계가 왜곡돼 있는 상황에서는 알짜 빼먹기(Cream skimming) 형태의 시장진입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민영화나 구조개편 이전에 가격 정상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정상화는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더라도 반드시 추진돼야만 하는 요소다.

만약 유효경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완화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 후생은 물론 총 잉여와 배분효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도입도매부문의 경쟁을 통해 도입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대전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주문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시에 중첩적으로 생산자들과 접촉하면 도입협상력 저하로 도입단가를 높일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입사업자들이 동시에 중첩적으로 생산자와 협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경쟁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경쟁방식은 크게 개별 구매경쟁방식과 컨테스트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별 구매경쟁방식은 경쟁대상수요자가 공급자 선택권을 갖고 도매사업자와 쌍무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가장 부합한 개별 구매경쟁방식은 최종소비자의 공급자 선택권이 보장되고, 잠재적 도입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유인효과가 강하다.

컨테스트방식에서 초래될 것으로 우려되는 과당경쟁에 따른 가격상승문제, 전략적 계약체결 문제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수급조절 실패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계약물량이 작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다.

따라서 개별 구매경쟁방식을 선택할 경우 가스거래소 설립을 고려해야만 한다.

정부의 사전 조율 아래 경쟁대상 물량을 대상으로 판매사업자간 도입경쟁을 실시하는 방식을 컨테스트방식이라고 한다.

사전조율에 의한 구매가 가능해 수급균형을 확보하는데 쉽고, 특정 수요처에 구속되지 않고 유연하게 계약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컨테스트방식은 전략적 감축행위 또는 물량위주의 도입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도입업자가 동일 물량을 기반으로 도입 추진 시 유사 생산능력 보유 가스전에 여러 업체가 집중하게 돼 과당경쟁에 따른 도입가격 상승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사업체계는 향후 산업용 등으로 경쟁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시행령에서 경쟁단계에 맞춰 경쟁대상자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시가스사업법에 천연가스수출입업, 가스도매업, 일반도시가스사업, 가스배관망사업을 포괄하는 가스사업 및 사업자에 대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도소매간 교차진입은 발전용만의 경쟁단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산업용으로 경쟁을 확대할 경우 도소매간 수직결합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다.

시설부문과 판매부문은 중장기적으로 판매부문을 시설부문으로부터 법인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기능분리 후 신규 판매사업자의 시장진입과 경쟁상황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법인분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규제기관은 시설운영자가 경쟁부분의 관계회사와 신규 판매사업자를 차별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감시, 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설공동이용은 규제에 위한 공동이용(r-TPA)으로 하되, 제조시설은 시기별로 차별 운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저장용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일정용량에 대해 r-TPA 방식으로 운영하되 가스공사가 예정하고 있는 저장시설 이용방식을 경쟁도입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전제 아래서 수급관리비용을 이용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자원개발사업의 확대 차원에서는 가스산업에의 민간기업 참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미약한 자원개발 역량 및 에너지산업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중핵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장점을 활용해 협력을 강화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또 자원개발은 자원의 ‘정치화’와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 대비하기 위해 자원개발과 지역협력간의 균형 있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고서는 민간기업이 자원개발을 주도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과 동북아시아판 IEA와 같은 협력기구 창설, 정밀한 수요예측을 통한 자원확보 전략, 에너지 전담부서 신설, 에너지 전문인력 확충 등 각종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 당시 KDI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서는 의원들간 해석이 엇갈려 눈길을 끌었다.

4월 세번째로 진행된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KDI의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생산국이 소수일 때 도입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냈다”며 결과가 이렇게 때문에 도시가스사업법을 그냥 통과시키는 것이 타당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KDI 연구의 전체 결론은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차원이나 국익적 차원에 맞다는 것”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당시 지식경제부 김영학 제2차관 또한 “KDI 보고서의 결론은 경쟁을 도입하라는 그런 보고서”라고 확언했다.

이어 김 차관은 “경기가 회복세에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위 가스를 도입하는 시장이 현재는 바이어스 마켓인데 이게 셀러스 마켓으로 전환될 시점에 처해 있고, 도입경쟁을 하는 물량이 3000만톤 중 불과 200만톤에 불과하며 지금 경쟁을 도입해 주지 않으면 우리가 도입 시기를 상당히 놓친다는 우려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거짓 논란 일으킨 발전용 경쟁물량 200만톤>

4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법안심사 소위 당시 김영학 차관이 발언한 ‘발전용 경쟁물량 200만톤’에 대한 언급은 6월로 이어진 임시국회에서 최경환 장관에 의해 한번 더 언급되면서 거짓 논란을 일으켰다.

최경환 장관은 6월 임시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전용에 경쟁을 도입해도 200만톤에 불과하고 시기도 2015년 이후로써 국내 가스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적극적인 법안통과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발전용 경쟁물량을 200만톤으로 한정한다는 내용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2015년 산업용까지 경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스공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발전용 예상판매량은 1474만톤으로 전체 판매량 3174만톤의 46%에 이른다”며 발전용 경쟁물량이 200만톤에 불과하다는 최 장관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이어졌었다.

<국회 세 차례 법안심사 소위서 갑론을박>

지난 6월 원 구성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가스산업 경쟁도입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당시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셀러스 마켓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국내 기업간 경쟁체제로 간다고 해도 경쟁사는 포스코, SK, GS 등에 불과하다”며 “한 기업이 구매력을 집중하는 것에서 분산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자원빈국으로 도입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며 장기적인 자원 확보도 준비돼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력을 분산 시키면 가스가격을 높이고, 잘못하면 석유산업 구조처럼 몇몇 대기업의 과점체제로 가면서 세계 에너지 메이저사의 종속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가스산업 경쟁도입은 말이 경쟁이지 사실은 과점구매에 불과하고, 에너지 과점구조의 폐해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며 "공기업의 구매 이익을 대기업에게 넘기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이뤄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도 도시가스사업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격돌이 벌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경쟁도입 반대 논리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고 경쟁체제를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입하는 게 국가 경쟁력에 맞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가스산업 경쟁도입에 관련된 게 강산이 한번 변할 시간 동안 논의가 되어져 왔던 것”이라며 “이번 4월 국회에서 이게(도시가스사업법) 꼭 통과되었으면 하는 게 최근 가스시장이 바이어스 마켓으로 변화되어져 있기 때문에 지금이 경쟁체제를 도입할 수 있는 아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미국, 영국, 스페인 등이 경쟁도입 이후 가스요금이 14%~42%까지 하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5년에 그것도 기껏 200만톤 물량, 또 전체 상황을 고려하면 국회가 이런 것들을 시기에 맞춰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고 10년 이상 끌어왔던, 또 해봐야 똑같은 논의들을 계속하는 게 과연 국가나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소위원장인 노영민 의원은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 논문이 하나 나왔는데 최종 결론이 유보하라는 것이며 소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받아쳤다.

또한 노 의원은 “당초 KDI의 연구용역 결과가 노온 이후 공청회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는데 보고서는 지난해 12월에 나왔음에도 최근에야 의원들에게 배포가 됐는데 이것도 한번 짚어봐야 될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신중론을 폈다.

아울러 “KDI의 평가도 다르고 입법조사처에서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도움을 주기 위해 자료를 냈는데 이에 대한 분석 없이 처리할 수 없다”며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10여년 전부터 줄곧 이어져 왔던 가스산업 경쟁도입에 대한 이견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독점적 공급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 도입단가 상승, 국민 부담 가중 문제 등 그 동안 제기됐던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또 다시 다룰 예정이다.

이번 지경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한나라당 이종혁, 민주당 노영민 의원을 뺀 나머지 7명의 위원들이 교채돼 처음 관련 법안을 다루는 상황이라 또한번 여야 의원간 논쟁만 무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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