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우선, 국내 기후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앞으로 진일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고무적이다. 즉, 입법에 재입법을 거듭 예고한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안)’이 더 이상 사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게 되었다. 또한 경기위축으로 저평가된 탄소배출권 가격 또한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해 반등의 기회를 엿보게 되었다.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그동안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안)’을 둘러싼 쟁점을 다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배출권거래제 시행령 관련 쟁점사항은 크게 할당과 산업계 지원방안으로 요약된다. 우선, 100% 무상할당에서 점차 유상할당의 비중을 늘여간다는 계획은 시장효율성과 산업계 지원방안 차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그 이유는 무상할당 방식이 ‘시장원리’에서 벗어나 정부와 산업계간의 협상에서 이루어지는데 있다.
즉, 무상할당이 지속될수록 산업계의 전략적 행위는 심화되며 산업계 지원에 대한 정부의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상할당을 통하여 결정된 배출권 경매낙찰가는 본거래 시장에 가격 시그널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이론가격에 빨리 수렴하게 함으로써 시장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거래참여자들의 가격리스크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유상할당은 경매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세의 세수와 같이 감축기술 개발 등에 투입되어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등 정부의 부담을 완화시킨다.
즉,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안)은 단기적으로 산업계의 부담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나, 감축목표를 전제로 한 비용효과적인 방안으로서의 배출권거래 기능을 발휘하는데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배출권거래 시행령과 관련한 쟁점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해석하는 이유는 배출권거래의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바로 배출권 가격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거래시장 참여방안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리스크가 클수록 시장참여 유인은 강해질 수도 있지만, 그 역기능으로 인하여 배출권의 실수요자가 시장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산업계가 배출권 파생상품 개발에 표면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금융시장이 성장단계에 있는 데다, 정부의 규제가 시의적절하지 않을 경우, 파생상품의 ‘실(Loss)’이 ‘득(benefit)’보다 크게 발휘될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배출권거래의 리스크가 정부의 몫이 아닌, 기업의 몫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배출권거래는 규제시장이다. 즉, 규제대상이 시장참여자가 되는 협소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리스크 헷징 및 최소화를 위한 상품개발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시행령에 명시되던 명시되지 않던 금융기관의 직간접 참여는 탄소시장에서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배출권가격에 따른 에너지수요 변화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었다. 저탄소 에너지의 수요가 막연히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도 있었다.
에너지 수급계획을 배출권거래와 결부시키는 이유는 현재와 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우, 에너지수급문제가 배출권거래로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국내 에너지시장에 가격이 존재하기보다는 요금이 존재하는데 있다. 특히 전력과 가스산업은 수익구조가 요금에 묶여 있으면서 리스크에는 무방비 상태로 ‘안정적 공급’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요금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한다 하더라도, 비용변화를 탄력적으로 요금에 반영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에너지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배출권의 가격리스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파생상품개발이 대응책이 될 수도 있지만 요금의 정상화 등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에너지산업은 다각적인 전략적 제휴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에너지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도 의미 있지만,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하여 저가의 배출권 확보에 필요한 정보채널을 구축한다면, 탄소리스크 관리에 있어 보다 용이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