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부지부장

오늘은 어제가 내일로 바뀌는 과정이며, 그러한 변곡점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모두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암흑의 중세시대를 끝낸 르네상스는 현대 문명의 근본이 되었고, 17, 8세기 기계의 발명과 활용은 인간이 지구를 이용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 모색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이다. 우리가 시대와 환경의 요구에 지혜롭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일은 위험하다.

에너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두 가지 위기를 겪고 있다.

인류가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유에너지의 고갈 위기와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가 그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에너지원을 적기에 발굴해 내지 못하거나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 놓은 인류의 문명은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서양 속담을 이용하여 인간의 이기주의를 비판하지만,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의 문제를 당면과제로 인식하지 않는 한 인류는 공멸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으로 한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있다.

안전과 안정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1%를 넘어 섰다.

생활의 편리와 자본의 집적 그리고 노동력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진행된 도시화는 도로, 상·하수도 및 에너지 공급 인프라 시설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인프라는 생활의 필수 기반이지만 테러와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테러 증가 못지않게 민영화로 인한 안전사고 증가와 공급의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정책 실패로 인한 재앙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철도와 미국의 전력산업이다. 대처 정부에 의해 민영화된 영국의 철도는 수많은 사고와 지연 등 서비스 질 저하를 겪은 후 8년 만에 재공영화의 길을 겪었다.

영국철도는 민영으로 운영하던 8년 동안 총 56명의 목숨이 안전에 대한 투자비 감축에 희생이 되었던 반면, 공영화된 2002년 이후에는 사망자 수가 7명으로 감소했다. 미국의 전력산업도 민영화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구조개편으로 전력요금이 무려 650%나 상승하였고, 정전사태와 안전사고, 발전회사에 의한 전력시장 조작 행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한 때 기후변화 위기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원전은 미국의 스리마일, 구소련시절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작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겪으면서 더 이상 에너지 공급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화석연료가 갖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문제는 화석연료 시스템을 벗어날 방법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까지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상업적 이용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석탄과 원자력이라는 기후변화와 안전에 취약한 에너지원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다.

1차 에너지인 천연가스나 석유를 그대로 이용할 경우 80% 이상의 효율이 나오지만, 전기로 변환할 경우 그 효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기가 편리한 에너지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에너지 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급격한 전력화로 인한 비효율을 걷어 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시대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새 시대의 맏형이 되길 원했으나, 구시대의 막내가 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한 적이 있다. 꽉 막힌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말이지만, 현재 에너지 분야에 잘 들어맞는 말이다.

결국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때까지 현실적인 문제를 방치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답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환경적으로 유리한 천연가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가 되고 있고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하는 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언급하는 이유는 더 이상 값싼 에너지에 대한 미련과 환상에서 과감히 벗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 우리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이끌어 온 운영원리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민영화, 직도입 확대 등 잘못된 가스산업 시장화 정책으로 우리사회는 에너지 산업정책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오랫동안 헤매왔다.

이로 인해 도입 시기를 놓쳐 고가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때가 되었다. 에너지 산업이 특정 재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개발과 공급에 있어서 공적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직도입과 같은 우회적인 민영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산업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대선후보들이 그동안의 문제를 직시하고 환경과 안전 그리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정책으로 채택하기를 기대해 본다. 97%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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