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혁 로봇 테마파크 기획자

# 1. S모 전자 게임 사업 진출 간담회

1980년대 후반, 국내 한 대기업의 게임 사업 진출 관련 아이디어 회의에 참가한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게임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을 무렵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하나같이 거기 뛰어들려고 하던 시기였다.

“우리 사내 최고의 엘리트를 뽑아 게임 사업을 시작하는 겁니다. 누구는 버클리공대를, 누구누구는 S대, 영국 무슨 공과대학을 졸업… 사내의 최첨단 컴퓨터 전문가들을 테스크포스팀으로 뽑아 게임 사업을…”

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내지 엔지니어들만으로는 게임을 잘 만들 수 없다며, 하드웨어 전문가보다는 콘텐츠 전문가, 스토리텔러들로 팀을 꾸려야한다 강조했지만 그 정도 쯤은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의 상무님인가 전무님이던가...

그 후 일본의 잘 나가는 게임 회사와 제휴를 맺고 기계도 생산해내며 로열티를 열심히 갖다 바치던 그 대기업은 몇년 후 결국 게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만다.

# 2. 닌텐도의 경우

비슷한 시기, 취재를 위해 일본 쿄토의 닌텐도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분위기는 딱딱했지만 그 곳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게임 기획자들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닌텐도는 아이디어 좋은 젊은이들을 뽑아 놓고 그냥 놀게 해뒀더랬다. 우리나라 대학 동아리 방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들은 그곳에서 열심히 놀고만 있었다. 그저 게임만 신나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게임 메카니즘을 알지 못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임이 만들어지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게임 기획 회의를 하는건 마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여졌다. 잘 정리된 기획서도,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없었다.

“마리오가 여기에서 저기까지 이리저리 요리조리 이런 식으로 빙글빙글 쭈욱 돌아가다 방귀를 부웅 뀌면 나뭇잎들이 숑숑…”

뭐, 대충 그런 식이었다.

저게 무슨 기획 작업인가 싶었다. 더욱 놀란 것은 그 앞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전문 엔지니어들. 학위를 가진 그들은 그 기발하기 짝이 없는, 어린애 장난 같은 아이디어를 이해해주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가끔씩 황당하고 어이 없어 헛웃음을 지어가면서….

몇년 후 닌텐도는 세계 최고의 게임 기업으로 거듭났고 일본 아니, 세계의 산업 구조를 커다랗게 바꿔 놓고 만다.

# 3. 로봇랜드 사업자 최종 선정

창원과 인천, 두 곳으로 결정된 로봇 테마파크 로봇랜드가 나름 속도를 내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외형과 형식만 신경쓸 뿐 테마파크도 아니고, 로봇도 없는 공갈빵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로봇 몇 개만 세우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테마파크에 대한 애정과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아직도 그 분들은 테마파크를 놀이공원 정도로만 생각하고, 분명한 주제 의식과 컨셉 없이 외국 회사에 모든 것을 맡기려고 하는듯 하다.

게임 산업의 명확한 방향성과 구조가 어떠한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기존의 상식과 이해 관계로만 접근했다 큰 실패를 겪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게임 산업 진입 실패 과정과 그 정반대의 길을 걸은 닌텐도의 경우를 돌아 보며 우리의 로봇랜드,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날 우리나라 테마파크로봇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지 참으로 두렵고 걱정스러워진다.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아이디어, 진정한 고민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구하고 앞서 가는 대중의 수준에 맞춰 요리조리 그림을 그려 낼, 빛나는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전국의 박물관 전시관을 프랜차이즈 통닭집처럼 획일적으로 만들어 놓은 실적 좋은 회사들 대신 진정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테마파크, 로봇랜드를 만들어 낼 그런 사람과 조직을 찾는 길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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