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급전산보고시스템을 둘러싼 업계 내홍이 심상찮다. 이 시스템은 정유사·대리점·주유소의 ERP, POS 등 전산 장치와 석유관리원의 통합서버를 연결해 구매·판매·재고 등 물량정보를 매일 보고, 석유관리원이 이를 상시 관리하는 제도다.

석유관리원의 도입 명분은 가짜석유 소탕. 등유를 경유에 섞어파는 경유 적발이 어렵다. 현재는 관련 자료가 주유소협회와 석유공사 등을 거쳐 단속 기관인 석유관리원에 도착해 적시성확보가 어려웠다.

관리원은 각 주유소로부터 매일 수급·거래상황 보고 받으면 거래내용 불일치, 매입량 대비 매출량 과다 등 불법유통이 의심되는 업소를 실시간으로 포착·분석, 신속한 현장점검이 가능해 가짜 경유 근절이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석유사업자의 전산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석대법 시행령·시행규칙을 마련해 수정 중이고, 석유제품전산시스템과 관련한 내년 예산안도 최종 심사만 남겨놓은 상태라 시행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등 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지하이중탱크 설치 후 리모콘 조작으로 경유·등유 교차주유하거나 ERP와 POS상에서 물량정보 조작 시 적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재고관리 사업인 석유산업의 특성상 정유사-대리점-주유소간의 입출하 데이터가 동일시점에 일치하는 경우가 전무해 물량이동 비교만으로 불법유통 이상징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크다.

개정법에 따르면 전산장치(ERP, POS) 미설치시 영업정치등의 행정처분과 최고 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전산오류에 의한 미보고·허위보고 시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영업비밀침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거래내역을 정부에 일일 보고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낮아 공익보다 사익 침해에 따른 피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와 업계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가짜석유 소탕이란 대의에는 공감하고 있는 상태. 제도시행에 앞서 한발 물러서 재점검이 필요하다. 석유관리원은 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정책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업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기보다 대안을 제시하며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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