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국회의원(민주통합당)

특히 지난해 가을 역사상 유례 없는 대정전사태를 경험했던 트라우마로 인해 전력수급 현황에 대한 국민관심사가 크다. 거기에다 한수원의 각종 비리사건으로 지금 멈춰서있는 원전이 5기다 보니 예비전력이 450만kW 이하로 떨어져 전력경보가 발령된 것만 올겨울 들어 다섯 번이다.

어떻게 하면 ‘블랙아웃’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부와 국회의 고민은 이 부분에 맞춰져 있다. 대용량을 사용하는 건물에 대해 전기사용량을 강제로 감축하고 선택형 최대피크요금제를 도입한다, 에너지절약 대책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가장 효과가 좋다 혹은 돈이 많이 드는 대책은 바로 ‘수요관리제도’다.

사전에 약정한 기업들에게 전력수요 피크시간대에 전력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그 기회비용을 절전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준다. 이런 수요조정사업비가 2012년에만 무려 3646억원이다. 당초 계획대비 4배 이상이 증가된 돈이다.

이를 위해 국회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전력기금변경안까지 제출해 국회가 승인해줬다. 지난 국감을 앞두고 지난 5년동안 한전과 전력거래소 전력 수요관리를 위해 지원금에 대해 분석한 결과 대상업체가 1만6000여개를 넘었고 그 비용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대제철은 전기에너지로 고철을 녹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보니 전기요금도 많이 내지만 수요조정으로 인한 혜택 또한 많다. 올해 6월까지 수요조정으로 지원받은 보조금이 무려 377억원이었다.

이렇게 수요조정 사업비의 대부분은 현대제철과 같은 철강회사, 시멘트기업들이 타간다. 즉 대기업들이 국민보다 전기요금도 적게 내는 데다가 심지어 보조금까지 얻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전기요금 자체를 원가 이하로 낮게 책정해 간접지원을 받고 있는데 다시 수요관리를 통해 지원받게 되면 전력을 많이 사용할수록 유리한 이중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수요관리를 통해 기업에 지원한 보조금이 그달 사용한 전기요금보다 많은 사례 또한 발견됐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12년 6월 기준으로 총 33개 업체가 자기가 쓴 전기요금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받았는데 이들에게 그달의 전기요금보다 더 얹어준 돈만 170억원이 넘는다.

전력대란의 원인은 발전소 부족 등 공급적 측면도 있지만 산업용 전기료가 워낙 싸다보니 기업들의 전기사용량이 급증한 탓도 크다. 그런데 아껴줘서 고맙다고 지급하는 보조금까지 있으니 기업들은 전기사용량을 줄일 필요가 없게 되는 것 아닌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전력난을 막기 위해 수요조정제도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답변이 있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만큼 효과가 있다고 반드시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 제도설계 상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체계를 개선하기위해 연구용역 등을 통해 수요조정제도의 대대적 수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특히 보조금을 나눠주는 형태의 수요조정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위해 뜯어고쳐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전력 소비구조를 합리화하고 적절한 전기요금 부과체계를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계절별, 시간대별로 세분화된 요금제의 설계와 더불어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또한 반드시 검토하고 실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전기는 이제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재이다. 전기공급과 수요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공공대책 마련이 올겨울 뿐만 아니라 전력대란을 막는 길이다. 물론 기업에게 보조금을 퍼 주는 현 수요조정제도의 수정을 포함해 합리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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