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에너지거버넌스 센터장

-21세기 천연가스혁명은 ‘셰일가스’-

▲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에너지거버넌스 센터장
돌이켜 보면 20세기 말은 하나의 역사적 변곡점이었다. 세계화, 민주화, 시장화가 새로운 세계체제의 스탠다드로 부상하였다. 국가들은 새로운 생존과 번영의 룰과 규범을 경쟁적으로 도입하였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에 막 진입한 지금 국가들은 또 다른 생존과 번영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기술혁명이다.

하나의 체제에서 다음의 진보된 체제로의 전환은 항상 기술혁명이 동반되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기술혁명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한 체제에 특징적인 기술이 한계에 달하게 될 때 인류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통해 진보를 거듭해 온 것이다.

19세기의 1차 산업혁명은 석탄에너지와 기본산업, 20세기의 2차 산업혁명은 석유에너지와 중공업, 기타 제조업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2차 산업혁명은 석유 고갈, 기후변화 등으로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우리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화력발전 축소와 함께 신재생에너지나 스마트그리드 같은 수요관리장치 발전을 도입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변화들을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으로 잘 표현한 바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은 첫 번째 10년과 다른 형태의 에너지기술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21세기의 첫 번째 10년이 신재생에너지 등 탈화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효율 기술이 주된 초점이었다면 두 번째 10년은 천연가스 기술혁명이 초점이 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이지만 프리미엄에너지로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사용이 제한적이고 석유에 비하면 국제거래도 지역에 한정되어 있으며 운송방법도 고비용이었다.

▲ 시니어 에너지 파트너스의 자회사인 사빈 패스 리퀴팩션(Sabine Pass Liquefation) 시설 전경

리프킨을 포함한 많은 에너지혁명에 대한 이론가들은 성급히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언급하고 있지만 신재생 전환 이전에 천연가스 전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다니엘 예르긴이 21세기 에너지혁명의 핵심은 천연가스의 발견이라고 지적한 것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21세기 천연가스혁명은 국가 간 힘의 관계, 국내 사회, 정치, 경제 변화를 망라하는 세계 체제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세기말 세계화, 민주화, 시장화의 파고를 경험했던 국가들은 이제 천연가스혁명의 파고 속에서 천연가스혁명을 선도함으로써 발전과 번영을 누리려고 한다.

천연가스혁명에 적응하는 국가는 앞서가고 그렇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신재생에너지혁명이 불어 닥쳤을 때보다도 천연가스혁명을 대하는 국가들의 태도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다급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들의 태도는 그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미래의 또는 현실적 정책 보다는 규범적인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더 컸다.

천연가스에 대한 태도는 현저히 다르다. 천연가스혁명이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이 확실한 것 같다.

천연가스혁명의 요체는 ‘셰일혁명’이다.

천연가스는 크게 전통가스(conventional gas)와 비전통가스(unconventional gas)로 구분된다. 현재 비전통가스는 치밀가스(tight gas), 석탄층 메탄가스(CBM), 셰일가스(shale gas)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3가지 비전통가스의 매장량 분포를 보면 치밀가스가 약 200tcm, CBM이 약 250tcm, 그리고 셰일가스가 450tcm의 순으로 많다.

비전통가스 개발은 미국 및 캐나다가 주도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상업화에 성공하였다.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는 호주가 CBM 개발 최초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상업화에 성공해 성숙한 단계에 진입해 있으나, 셰일가스는 초기단계이다.

2000년 전통가스 비중은 67%에서 2009년 41%로 감소하였다. 2009년 현재 비전통가스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량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치밀가스(36%)이며, 다음으로 셰일가스(14%), CBM(9%) 순이다.

우드멕켄지에 의하면 2020년이 되면 전통가스 비중은 27%로 감소하며 치밀가스 비중은 37%로 수위를 차지하지만, 셰일가스의 비중이 29%로 급증하며, CBM은 7%로 줄어든다.

미국의 비전통가스 개발 비중은 2008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2008년 이전에는 치밀가스가 전체 가스 생산의 30%, CBM이 8%, 셰일가스가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2009년부터 세일가스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CBM을 추월했다. 2020년 이후에는 치밀가스가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이지만 셰일가스가 계속 비중이 증가하고 CBM은 계속 줄어든다. 미국은 2000년에 셰일가스 생산을 시작해 2010년에 140bcm, 2011년에 180bcm에 이를 정도로 생산이 급격히 늘었다.

미국의 2000년대 셰일가스 혁명 성공은 여러 요인에 의해 가능했다. 우선 셰일가스 생산에 핵심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생산비용 대비 2007∼2009년 동안 천연가스 가격이 적절히 높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CBM 자원량은 1307Tcf로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5년 넘게 CBM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정부의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CBM 개발 현황은 원래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미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세계 매장량 1위인 중국의 셰일가스 혁명이 성공할 것인지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셰일개발은 미국과 지질학적 특성도 다르고 수자원 부족과 인프라 부족 등 많은 난관이 존재해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는 분석가들이 많다.

우선 기술을 메이저회사들에 의존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1980년대 중국정부가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셰일혁명을 위해 전체 천연가스 시장과 에너지시장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기술과 외국자본 유인을 위해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이러한 사실은 러시아와 매우 대비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국제 셰일가스의 승자와 패자 구도에서 보면 러시아가 셰일혁명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미국의 저명한 에너지전문가인 데인 거스타프슨(Thane Gustafson)은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푸틴의 석유문제(Putin's Petroleum Problem)’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이 1997년 이후 텍사스에서 독립가스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그리스계 미국인 조지미첼의 기업가적인 셰일기술 개발과 실험에 의해 시작되어 미국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을 즈음 러시아는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고유가에 취해 이제 막 사유화되어 해외 메이저회사의 기술과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한 러시아석유회사를 국유화하고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정반대의 길을 갔다.”

푸틴이 그러한 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유코스와 같은 회사들도 수평시추기술들을 통해 시베리아에서도 지금쯤 셰일혁명이 싹텄을지 모를 일이다.

3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세계적 에너지기술혁명이 한국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20세기 동안 미국의 보호 아래 주로 중동 에너지 수입에만 의존해 온 한국은 세계에너지의 변방국이었다. 3차 산업혁명, 에너지기술혁명을 통한 세계적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의 도전을 기회로 활용해 한국은 에너지 독립, 세계에너지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국으로 거듭나는 중장기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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