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길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기획국장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하다-
-공공성·지속가능성 중심으로 변화해야-
-PNG, 동북아 에너지 중심체로 발전 필요-

안중길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기획국장.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축소, 탈 원전 정책의 확산, 기후변화 대응 논의의 확산과 탈 화석에 대한 정책 강화, 셰일가스의 본격적인 개발과 생산으로 인한 천연가스의 역할 부각, 천연가스 개발·공급 부문에서 있어서의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 여건의 조성 등이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변화들이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 왔다고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면서 오히려 크고 작은 원전 이상으로 전력 수급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였고, 서민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지속하고 있는 에너지 저가격 정책은 비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를 심화시켰을 뿐이다.

더구나 에너지를 생산·공급하고 있는 공기업의 부실을 볼모삼아 전력과 가스 시장을 급속하게 시장화시켜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전력시장에서 민간부분의 설비 점유율은 15%(한수원 제외시 23%)를 넘었고, 왜곡된 가격결정 시스템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직수입업자들이 갖춰야 할 시설 기준의 완화, 재판매 허용 등 최소한의 규제마저 철폐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공기업, 공적 메이저로 육성 필요

이제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두 축으로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원전의 축소를 넘어 탈 원전으로, 탈 화석으로 환경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가 가지는 현실적인 한계 역시 인정하여야 한다. 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이 상당한 정도로 확보되기 전까지는 불가피하게 천연가스의 역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는 친환경성, 공급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용에 있어서도 그 확장 가능성이 큰 에너지다. 북미지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등 비전통 가스자원의 본격적인 개발과 생산, 러시아와의 PNG 사업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이러한 시장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천연가스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 제대로 활용하여 국민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차기 정부에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화석에서 신재생 이행기의 대안으로서 천연가스의 개발 및 공급을 확대하여야 한다. 2030년 에너지 믹스를 석유 및 석탄(40%), 천연가스(30%), 신재생에너지(20%), 원자력(10%) 순으로 재편할 것을 제언한다.

이는 2011년 기준 에너지 믹스와 비교해서 석유 및 석탄비중을 30% 정도 줄이는 대신, 천연가스 비중 10%,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이상 늘리고, 원자력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전용 에너지의 기저부하로서, 석유계 수송연료 대체 수단으로 천연가스의 활용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에너지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과 소비 구조 정착을 위해 원가주의(요금)를 기초로 하되 사회적 비용(세제)까지 고려한 에너지 가격 체계로 개편을 단행하여야 한다. 특히, 1차 에너지 대비 에너지 효율이 40~50% 수준에 불과한 2차 에너지인 전력의 과소비는 반드시 억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전기냉난방을 가스냉난방이나 지역냉난방으로 전환하고, 고효율 에너지 기기의 개발 보급 등 자발적인 절약을 넘어 시스템적으로 에너지 과소비, 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 요구된다.

LNG기지 연안에 정박해 있는 LNG선.

셋째, 에너지의 장기 안정적인 공급과 공급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적 자주개발 도입 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언한다.

통합적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한 구매력의 집중은 자금, 기술, 인력의 열세를 어느 정도 만회하고 해외 자원개발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해외 자원개발 환경의 특성상 공기업간,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경쟁은 조정되어야 하며, 공기업과 민간기업과의 상생협력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은 자원개발과 국내 도입·공급 부문을 주도하고, 민간 기업은 이 과정에서 인프라 건설, 엔지니어링 등 EPC, 보험, 수송 등 전후방 산업에 참여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수직일관체계를 지향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에너지 공기업은 개별 에너지 공기업간 중첩되거나 조정이 필요한 사업은 업종 전문화 및 공기업간·사업간 시너지 등을 고려하여 재편하고, 단계적으로 지주회사의 틀로 묶어 공적 메이저로 육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에너지 기본법을 제정하여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에너지 기본권의 보장, 지역간, 연료간 에너지 사용자간의 형평성 확보, 이를 위한 국가, 지방정부, 에너지 공사기업의 의무와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에너지 빈곤층의 해소를 위하여 복지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냉난방용 및 취사용 등 비상업적 에너지(최소한의 필수 에너지)는 지역간, 연료간 차별없이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냉난방, 취사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는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삶의 필수 조건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PNG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에너지 협력 논의를 원자력 및 화석연료의 개발 및 이용에 따른 환경과 안전문제까지를 포괄하는 동아시아 에너지 공동체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제언한다.

특히 북한 통과 PNG 배관의 건설과 운영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 것이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가스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이후 광범위한 남북간 에너지 경제협력으로 진전시키고, 최종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 동북아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환경, 미래, 균형, 복지, 안전. 이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에너지 정책의 골간이 되어야 할 가치이며, 새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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