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수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기획협력실장

-지난해 ENG시장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
-협회, 비전과 계획 제시하는 역할 필요-

▲ 권익수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기획협력실장.
▲2012년을 보내며

최근 어느 송년모임에서 만난 업계 사장의 자조섞인 한마디는 냉각되어 있는 엔지니어링시장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어 씁쓸한 마음이었다. 지금의 엔지니어링 시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국내시장에 영업기반을 둔 대부분의 엔지니어링사는 매출 감소로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엔지니어링사는 그간 국내 SOC사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부의 관련예산 축소는 바로 일감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우리 엔지니어링업계는 해외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얼마전 건설엔지니어링의 P사 컨소시움이 브루나이 교량을 PMC로 수주한 것은 건설엔지니어링의 해외진출에 한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선진국의 독점영역이었던 PMC의 수주로 국내 건설사에서 엔지니어링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2012년 엔지니어링산업과 관련된 주된 이슈를 보면 국내에서 처음열린 FIDIC(세계엔지니어리컨설팅연맹) 서울총회의 성공개최가 있다. 에이컴 등 대형선진엔지니어링사, WB(세계은행) 등 주요발주기관, 국내 엔지니어링사업자 등 1200여명이 참석하여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한편 엔지니어링 시장실적을 보면 2011년 전체시장실적은 약 9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플랜트를 포함한 비건설로 나눠보면 건설엔지니어링업종은 전체의 약 35%인 3조4000억원으로 예년의 60% 구성비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성장율은 전년에 비해 -12%로 감소했으며 2008년의 4조6000억원으로 최고성장점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플랜트업종을 포함한 비 건설업종은 6조3000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5%이다. 이는 예년의 40% 구성비를 훨씬 뛰어넘었고 시장증가율 또한 전년대비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 건설업종의 해외실적은 2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44.4%를 차지, 건설엔지니어링 업종보다 해외진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메가트랜드

엔지니어링협회가 엔지니어링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방안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동국대에 위탁해 지난 6월에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글로벌 메가트랜드로서 인구구조의 변화, 환경과 자원문제의 심화, 지식기반사회의 진전과 글로벌화, 과학기술융합 가속화 등 4개를 꼽고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신사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인구구조의 변화’다. 인구성장과 인구고령화를 주요변수로 꼽는다고 할 때 메가시티 등 도시 인프라, 헬스케어 산업, 베이비부머 은퇴 및 이들의 소비패턴의 변화 등을 들 수 있겠다.

둘째, ‘환경과 자원문제의 심화’이다. 지구 온난화는 대체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수자원의 경우 개도국의 지속적인 도시화로 인해 1인당 물 사용량의 증가, 가뭄, 홍수 등 재해발생의 빈도수 증가, 사막화 현상으로 수자원확보 및 관리의 필요성의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화석에너지 수요증가에 따른 에너지자원의 부족은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의 성장으로 석유소비가 급증한다고 볼 때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지식기반사회의 진전과 글로벌화’이다. 글로벌기업으로 하여금 글로벌 단일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전 세계적으로 무한경쟁은 가속화될 것이고 다국적기업은 글로벌 혁신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과학기술융합 가속화’이다. 전세계 바이오 시장은 2005년 6000억달러에서 2010년 1조1000억달러로 지속적인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융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IT와의 융합인데 건설이외의 제조영역까지 보면 그 시장영역은 엄청나다 하겠다.

▲틈새시장 및 신사업

지난해 에너지신문이 기획한 ‘엔지니어링 특집’에 따르면 플랜트엔지니어링사의 올해 신사업은 △산업시설(모로코인광석) △첨단공장(베트남 노키아 공장) △LNG사업(멕시코 만사니요)-민관합작 △바이오에너지, 고도정수처리장 △첨단대기오염방지시설 및 바이오리엑터 기술을 접목한 쓰레기 매립장 시설 △해양에너지, 태양광발전시설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사업은 위에서 언급한 메가트랜드의 한 지류로 봐도 무방하다.

기업 입장에선 신사업 발굴은 당연히 예산 등 불확실성이 큰 리스크가 많은 사업으로 기회와 위협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어 의사결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에 관한 해결방안은 ‘고객의 관점’과 ‘글로벌 인프라의 구축’이다. 먼저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엔지니어링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즉 발주자, 시공업자, 감리업자, 제조사, 연구기관, 관련 대학 등을 가치사슬로 평가해 고객의 고충지도를 찾을 수 있고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인프라 구축에 있어 발주방식, 사업자 선정방식, 대가지급체계 등이 글로벌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엔지니어링사는 발주구조의 제한으로 발주처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엔지니어링 사업범위, 수행방식 등이 정해지고 엔지니어링업체는 실시설계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결국 독자적인 창의성보다는 프로젝트의 효율성, 비용편익의 오류, 창의성 상실 등 요인으로 작용돼 엔지니어링의 특성인 고부가가치창출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해관계자의 상호 역할

엔지니어링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정부, 엔지니어링사업자, 협회, 시공사 등 다양하다.

건설엔지니어링업체와 달리 해외경쟁력을 갖춘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들은 가급적 정부에서 규제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다만 요구내용은 파이낸싱에 대한 지원확대 수준 정도이다. 건설엔지니어링 업종 등 국내시장을 주된 타겟으로 하는 업체들은 PQ개정, ODA사업(EDCF사업 및 KOICA사업)에 의한 해외사업발주 확대 요구 등 제도적 개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평소 엔지니어링 제도개선에 관심을 가졌던 필자의 생각은 제도의 개선만으론 업계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관점과 글로벌환경에 적합한 플랫폼을 가지지 않는다면 현재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엔지니어링기업은 삼성, 애플과 같은 고객을 접점으로 한 치열한 기술 및 비즈니스경쟁 수준은 아니더라도 변화의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협회의 역할도 시대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산업의 미래로드맵, 미래시장 전망 등 비전과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맺음말

메가트랜드에 관한 방향성은 최근 미국의 저명한 칼럼리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의 저서 ‘미국쇠망론’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미국의 난제로 세계화, IT혁명, 재정적자, 에너지고갈 및 기후변화를 열거했다. 또한 前 MIT총장 찰스 베스트는 “지식기반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엔지니어링, 교육, 과학,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며 엔지니어링을 미국사회의 브레인파워 중 최 우선순위로 손꼽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키맨으로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키맨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엔지니어링적 사고와 다양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실행력이 뒤따른다면 과거 모 대기업 사장이 설파한 ‘세계는 좁다’라는 어록을 인용치 않더라도 고객의 관점 및 폭넓은 가치사슬을 통해 세계에 널려있는 엔지니어링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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