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학교 교수

“공공주택, 신재생 설비 의무화 필요”
신뢰도 추락…가까스로 명맥 유지
보조열원, 가장 합리적인 사용방법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아래 도표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중 보급된 용량은 태양열이 가장 많으며 생산량은 풍력 다음으로 많다.

태양열 적용분야 중 집열 효율이 높고 생산단가가 낮은 온수급탕 및 난방 분야에 가장 많은 기술개발이 이뤄져 상용화됐으며 시장 형성도 주로 이 분야에 집중돼 있다.

국가에너지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 11%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3% 미만이며 그 중에서도 80% 정도가 쓰레기소각열에 의한 것이다.

현재 건물 분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비중은 24% 정도이며 그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열에너지인 난방과 급탕이 대략 75%를 차지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택용 태양열설비의 보급 활성화가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태양열은 중요한 신재생에너지원이지만 1990년대 후반에 대량으로 설치된 태양열온수기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현재 시장은 거의 형성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보급 사업을 통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홈 100만호 사업이 시작된 이래 주택에 보급된 태양열시스템은 상당히 만족도가 높고 발생한 고장도 경미해 대부분 원활한 작동을 보였다. 이는 업계의 기술수준 상승과 에너지관리공단 적절한 관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용자들의 불만이나 건의사항이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향후 보급활성화를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과대설계이다. 사실 태양열시스템으로 100% 부하를 만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규모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2주 이상 태양열을 획득할 수 없는 우천시에도 이를 충당하려면 다량의 열을 미리 저장해둬야 하며 이로 인해 집열기는 물론 축열조 용량도 매우 커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여름철 일사 상태가 좋은 날에도 버려지는 열이 거의 없을 때 적절한 설계라 할 수 있으며 필요한 부하를 초과하게 되면 일단 과대설계로 볼 수 있다.

온수급탕 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대략 집열기 1매(2m² 기준) 당 2~3명이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봄, 가을에 총 온수량의 70%를 태양열로 감당할 수 있으나 겨울철에는 대략 30%밖에 안 되므로 보조열원에 의존하거나 최대한 절약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사실은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태양열 설계인 동시에 사용방법이다.

만약 겨울철에 100%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라면 나머지 계절에 버려지는 열은 엄청나며 실제로 상당수의 시스템이 이러한 상황이다. 설치 사례 중 2인 세대에 14매가 설치된 사례도 있었다.

여름철에 초과된 열은 결국 버리거나 차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집열기 과열을 유발해 수명단축 및 작동열매체의 누설 등 심각한 고장으로 이어진다.

사진이 차광막으로 일사를 차단한 사례인데, 지붕에 설치된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만들어진 온수를 버리거나 공기로 식혀줘야 한다.

올해부터 지원사업에 포함된 자연순환형 태양열온수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인증 받은 제품들이 모두 집열기 3매로 구성되는 시스템인데 사용인원수에 따라 1~3매의 다양한 제품이 보급돼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무리 큰 용량으로 설치해도 일사가 부족하면 태양열은 무용지물이 되므로 반드시 보조열원을 함께 설치해야만 만족스러운 시스템 운전이 가능하게 된다.

지원제도도 다소 손을 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집열기 면적에 비례해 금액을 산정하다 보니 업체에서는 가급적 큰 용량을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차온제어기나 설치기본비용은 집열기 면적과 큰 상관이 없으므로 집열 면적과 무관하게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자 및 업계의 그릇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노후된 보일러에 신규로 태양열을 설치한 후 보일러에 문제가 생겨도 무조건 태양열 업체에 떠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반면 업체에서는 작은 용량의 태양열온수기가 난방까지도 가능하다고 과대 선전해 사용자에게 높은 기대치를 줌으로써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음에도 형편없는 시스템으로 평가절하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일사조건이 좋지 않으면 온수를 얻을 수 없거나 보조열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정확한 설명이 요구된다. 즉 난방 겸용 시스템이라도 주용도가 온수급탕이고 난방은 부분난방 혹은 국소난방에 국한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태양열시스템은 농어촌의 단독주택에 주로 보급되기 때문에 노령층 및 저학력층이 많으며 아무리 주의사항 및 사용법을 설명해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펌프 등의 고장을 방치해두면 집열기가 과열, 파손돼 경미한 고장이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초기에 적절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환펌프의 온·오프를 제어해주는 차온제어기에 기본적인 고장진단 기능을 추가, 이상 발생시 경고등과 알람을 통해 사용자가 즉시 A/S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집열기 1~2매의 소형 태양열온수기는 물론 온수급탕 전용의 기존 태양열 시스템에도 약간의 개조를 통해 국소난방이 가능하다. 실태조사를 통해 태양열온수기를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사용자 중에서도 부분적인 난방을 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 주거비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토지주택공사에서 임대아파트의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하고 온수를 공급, 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공동주택에 설치했을 경우 불규칙하게 부하가 계속 걸리기 때문에 과열문제에서 매우 자유롭다. 오산시 누읍지구에 설치된 아파트의 경우 한 세대당 대략 집열기 1매꼴로 설치가 되어 있는데 3년간의 운영실적을 보면 세대당 월 평균 6700원의 절감 효과를 보이며 단지 전체로 보면 소나무 2만4000그루를 심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에너지절약 및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매우 크므로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에서는 정책적으로 공동주택 지붕에 태양열 혹은 태양광 설치 의무화와 같은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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