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용 한국에너지재단 대외협력본부장

우리나라는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 비해 경제적으로 형편이 나아졌지만, 에너지공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한 에너지 수급구조를 가진 탓에 최근 시작된 고유가와 소득의 양극화 현상 심화로 인해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에너지를 구입하지 못해 엄동설한의 매서운 추위에 온 몸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에너지빈곤층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에너지빈곤층가구는 추위로 인한 면역력저하로 가구원들은 만성적인 감기, 기관지질환 등 질병에 시달리거나 각종 만성 질환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거동이 어려운 노인, 중증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이 있는 가구는 더욱 취약한데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난방이 안된 추운 집안에서 장시간 생활하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추위로 인한 에너지빈곤층 가구원들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막대한 보건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에너지빈곤층의 삶의 질도 높이고 보건의료비 감소를 통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이들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사업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2005년 7월, 촛불화재로 인해 단전가구 여중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계기가 되어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에너지의 공적 기능이 부각되어 2006년 8월 에너지복지를 전담할 기관으로 한국에너지재단이 설립되었고, 70년대에 시작한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늦어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복지사업이 태동되었다.

한국에너지재단에서는 에너지빈곤층의 노후주택의 단열 및 창호시공을 통한 주택 에너지 효율개선사업, 동절기 난방연료지원 사업, 전기 및 가스 미납요금 지원사업, 쪽방촌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1개 기업과 1개 쪽방촌을 연계하는 1사 1희망촌사업, 도서 벽지에 태양광발전소 설치 사업 등 다양한 에너지복지사업을 펼쳐 왔다.

에너지복지사업들은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복지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사회적 기업을 활용하는 고용 창출 등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재로서 에너지빈곤가구들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라는 복지효과, 주택의 열효율을 높여서 에너지를 절감함으로써 오는 에너지절약효과, 주택단열지원사업을 통한 지역사회의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구조의 에너지복지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복지사업은 시행 기간이 일천하여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사회적 인식도 부족하고 제도나 예산규모도 아주 열악한 편이다.

미국의 경우는 1973년 1차 석유파동에 의한 유가 급등으로 저소득층의 에너지 구입에 어려움을 겪자 연방정부가 에너지복지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영국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의 에너지빈곤층을 모두 구제한다는 계획을 세워 에너지빈곤층 지원사업을 실시하였고, 프랑스는 1996년에 에너지연대헌장을 만들어 관계기관 등으로부터 원조기금을 조성하는 등 선진 외국에서는 일찍이 에너지 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에너지빈곤층 해소를 위해 많은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 기업, 개인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서 추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들의 어려운 이웃인 에너지빈곤층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에너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때이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고 선진 OECD국가의 일원인 우리나라에서 난방연료가 없어서 추위에 떨고 심지어 얼어 죽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에너지 빈곤이 없는 몸도 마음도 따듯한 행복한 우리나라를 만드는 에너지 복지사업에 이제 이전 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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