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건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지난달 21일 국민석유회사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4대 독과점 정유회사들의 폭리를 소비자 주체의 정유회사를 설립해 견제하자는 취지로 설립자본금을 모으기 시작해 올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의 주장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돋보이는 것이 현재 국내 석유제품 가격보다 20% 값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석유제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유사의 폭리는 물론이고 비싼 중질원유를 도입해 원가 자체가 비쌀 뿐 아니라 정제비용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베리아나 캐나다의 저유황원유를 도입하면 원가와 정제시설, 운송비 등의 비용까지 절감돼 현재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석유제품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피넷을 찾아보니 3월13일 정유사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70원이었다. 국민석유회사의 주장은 이 가격의 20%인 리터당 374원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리터당 약 920원인 유류세를 빼면 정유사 가격은 리터당 950원이라는 계산이다.

이번에는 국내 정유사가 가장 많이 쓰는 두바이 원유 가격을 보자.

3월13일 두바이 현물 가격은 리터당 727원. 정유사가격(950원)에서 두바이원유가(727원)을 빼면 단순 계산 상 정유사 비용 및 이윤은 리터당 223원이다. 비용을 완전히 빼고 생각해도 리터당 374원의 인하가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국민석유회사의 주장을 반영해 이번에는 캐나다 원유의 가격기준이 되는 WTI의 가격을 반영해 보자.

회사의 주장과 같이 최근 WTI는 두바이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여 3월13일 리터당 637원이다. 정유사가격에서 이를 빼면 313원이 된다.

두바이유를 사용할 때 보다 원가가 100원 가량 저렴해지기는 하나 374원은 여전히 어려운 숫자로 보인다.

물론 장기계약이나 다른 여러 비용절감 방안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 계산 외에 국민석유회사의 장애물은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먼저 시베리아 및 캐나다산 원유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지 걱정된다. 국내 정유사가 이들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공급과 비용에 있다.

이들 원유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면 당연히 정유사 역시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원유의 공급지를 전환할 것이다.

두번째 장애물은 정유시설의 설립비용이다. 국민석유회사에 따르면 일일 10만 배럴 수준의 정유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를 설립해 경제성을 갖추려면 최소 2~3조원의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절감을 하더라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1000억원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우려는 국민석유회사의 가장 중요한 취지 중 하나인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가격경쟁촉진이 가능한지다.

국내 일일 석유제품 소비량은 변동이 있으나 대략 250만배럴 정도다. 10만배럴이면 시장의 20~30분의 1에 해당한다.

현재 정부가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의 최근 비중은 6.7% 수준이다. 물론 주유소 개수 기준이나 이 비중으로도 알뜰주유소의 시장효과에 대해 아직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일일 10만배럴의 수준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같이 수많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석유회사가 탄생하기까지는 국내 석유제품 시장과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국민석유회사의 성패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 회사의 출현은 국내 정유사들이 폭리 여부와 관계없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시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혹은 유류세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부디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서 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 수많은 소비자가 직접 나서 회사를 만들면서까지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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