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논란 속에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전력 수요 전망,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여부, 민간 석탄 화력 증설 등 여러 쟁점 속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계획은 기존 정부 에너지 계획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을 크게 높인 측면이 있다.

2027년까지 약 28G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증설될 전망인데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풍력이다. 신규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2027년까지 15GW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전력수급을 위한 실행계획에서 풍력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풍력산업계나 관련 학계에선 반기는 기색도 별로 없다.

풍력 보급의 현실과 제6차 전력수급계획 상의 풍력 전망이 너무 괴리감이 큰 탓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풍력발전 누적용량은 483MW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풍력선진국 독일의 풍력 누적용량이 31GW, 우리와 비슷한 시기 보급을 시작했던 스페인이 22.8GW, 늦게 시동을 건 중국이 75.6GW까지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풍력발전 누적용량이 0.5GW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육상 풍력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풍력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총 1841MW 용량의 53개 풍력단지 조성이 추진 중인데 이중 상당수가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됐다.

지나친 규제법규(55%), 복잡한 인허가 절차(17%), 긴 인허가 기간(17%) 등이 풍력단지 조성이 지연·중단되는 주 이유다.

지난해 녹색성장위원회의 권고로 육상 풍력 입지와 관련, 중복되는 규제를 간소화하고 까다로운 규제를 완화할 목적으로 환경부와 지경부, 산림청 등이 참여해 육상 풍력 입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풍력단지 입지선정 가이드라인 안은 산지 능선부에 풍력발전기를 사실상 금지하는 등 기존 법규보다 경직되고 강화된 규제를 담고 있어 오히려 논란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애초 목적과는 달리 풍력발전 보급을 위한 권고안이 아니라 풍력발전 입지 규제안으로 만들어져버린 것이다.

풍력발전 입지 가이드라인은 국토의 여건과 바람자원의 특성에 따라서 나라 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처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규제안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 감소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생태적 가치와 재생에너지 보급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이 풍력 관련 규제에 반영돼야 한다.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경직된 규제는 수입에너지인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기존 에너지의 환경적 폐해를 가려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육상 풍력이 어느 정도 보급이 되어야 해상 풍력도 탄력을 받을 수 있고 발전부문 재생에너지 보급도 순조롭게 전개될 수 있다.

아울러 풍력발전 보급에서 인허가 규제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주민 수용성이다. 인근에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 설령 소음, 저주파, 그림자 등 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신경에 거슬리기 마련이고 발전이익이 지역 사회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주거지와의 이격거리 설정, 인허가 절차에서 주민 참여를 보완하는 등 규제 개선의 측면뿐만 아니라 풍력발전의 수익이 지역사회에 공유되는 이익공유체계가 한결 강화돼야 한다.

규제 개선과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서만이 0.5GW의 현실과 15GW 추가 설치라는 계획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새로운 변화가 침체된 풍력분야에 활력과 기대를 불어넣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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