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제품가격 47% 세금…조정 검토해야-
-가격정책, 소비자 중심 논의 시작할 때-


지난 2월25일 국민행복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행복에 대한 정의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행복 시대와 관련해서 석유제품가격과 국민행복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내 석유제품 소비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국내 석유제품과 관련해서 지난 2010년 이후 가격수준, 유통구조, 조세부담, 시장구조 등의 적정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이와 같은 석유제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의 고조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제품을 소비하는 국민들의 가격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현실에서 일반 국민들이 소비하는 석유제품은 수송용으로 이용되는 휘발유, 경유, LPG(부탄)로써 수송용 석유제품의 가격수준이 국민들이 석유제품 시장에서 느끼는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통계청 가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계가 수송용 석유제품 구입에 사용하는 평균금액은 약 140만원으로 가계 소비지출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를 소비지출 수준에 따라 10개의 계층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각 계층별 수송용 석유제품 소비에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계층별 수송용 에너지 소비량 그래프

먼저 소비지출 수준이 가장 낮은 가계의 경우에는 수송용 석유제품 구입에 전체 소비지출의 1%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빈곤한 하위 3분위 이하의 가계들의 수송용 석유제품 구입비중도 낮게 나타났다.

소비지출에서 수송용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4~7분위에 속한 가계들은 소비지출의 6% 이상을 사용하고 있으며, 8~10분위에 속한 가계들은 분위가 높아질수록 수송용 석유제품 지출 비중이 감소했다.

이처럼 중간계층의 가계들이 체감하는 높은 소비지출 중 석유제품 구입비 부담이 국민들로 하여금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수송용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중간계층 가계가 체감하는 지출부담의 증가가 부유한 계층의 가계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으며,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제품 가격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 석유제품 가격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지난 1990년대 말 가격자유화가 이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특히 국제유가가 상승하여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기간에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가격수준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2011년 우리나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28원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가격인 2197원 보다 약 270원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유 가격도 리터당 1743원으로 2019원인 OECD 평균보다 약 275원 낮게 형성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우리나라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는 원유가격이 석유제품 생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은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원유 수입가격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유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석유제품 가격이 일본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주장은 현실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우리나라 석유제품 소매가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불만은 다른 분야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수송용 석유제품 가격의 구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 석유제품 가격 구조
2013년 1월의 우리나라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가격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휘발유는 리터당 1920.2원인 소비자가격의 47%가 정유사 공급가격, 48%가 세금, 5%가 유통비용 및 소매마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유는 1745.2원인 소비자가격의 55%가 정유사 공급가격, 39%가 세금, 6%가 유통비용 및 소매마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송용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조세부담의 공평성을 살펴볼 수 있는 Suits Index를 추정해보면 2011년에 -0.1505를 나타내고 있다. Suits 지수는 -1에 가까운 경우 조세부담의 역진성을, +1에 가까운 경우 누진적인 조세부담을 나타내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송용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조세는 역진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 조세수입의 약 10%를 차지하는 에너지관련 세금 중에서 수송부문이 77%인 약 15조원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수송용 석유제품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수준의 조세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수송용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의 성격이 역진적이고 수송용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에 대한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수송용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전체 조세수입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서 다른 부문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에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방안이나 고소득 계층의 에너지 조세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정부가 석유제품가격 안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경쟁촉진 정책들은 소비자가격의 10%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유통비용 및 마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러한 정책들과 더불어 세금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정책이 병행될 경우 가격안정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석유제품 시장에 대한 논의들은 주로 거시경제적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상대적으로 석유제품을 소비하는 국민들에 대한 논의는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극대화에 있다고 생각할 때,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국민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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