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택 에너지관리공단 녹색건축센터장

건물 에너지 성능, ‘에너지 평가서’ 확인
소비자 권리 행사·국가 에너지절감 기여

요즘 식품 하나를 구매할 때도 상품에 부착되어 있는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건축물이라는 상품의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 ‘똑똑한 소비자’들은 금액뿐만 아니라 브랜드·교통·편의시설·교육 등의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한다. 또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따라 건축물의 유지·관리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에너지 가격에만 주목할 뿐 단열·창호·적용 장비의 효율성 등과 같이 건축물의 유지·관리비를 결정짓는 에너지 성능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녹색건축물 활성화의 일환으로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제18조’에 따라 건축물 거래 시에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이 표기된 ‘에너지 효율등급 평가서’를 거래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하는 ‘건축물 에너지 소비증명 제도’를 2013년 2월23일부터 시행하였다. 에너지 평가서에는 해당 건축물의 에너지 소요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표시된다.

에너지 평가서에 기재되는 에너지소요량은 건축물에 설치된 난방·냉방·급탕·조명·환기 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건축물의 단열 조건·적용 장비 등을 고려하여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정량적으로 반영한다.

에너지 소요량은 ‘건축물 에너지 소비증명에 관한 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제2013-38호)’의 부칙에 따라 2015년 12월 31일까지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표시되며,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방법은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제17조 및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에 관한 규칙에 따른다.

에너지 사용량은 해당건축물에서 지난 3년간 사용된 에너지량(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등)이 기재되며 동일지역 및 용도의 건축물 평균 에너지 사용량을 의미하는 표준건축물 에너지 사용량과 비교 가능하다.

또한 표준건축물 중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10%의 건축물 평균을 나타내는 목표건축물과의 비교가 가능해 해당건축물의 에너지 절감 목표 및 전략 수립을 유도하는데도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BAU대비 26.9%라는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680만동에 이르는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이 필수적이나 이를 위한 초기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되어 건축물 소유주의 자발적인 개선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건축물 에너지소비증명제를 통해 소비자가 입지, 교통, 학군 등의 전통요인과 함께 에너지성능이라는 새로운 요인을 건축물의 가치로 고려하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건축물 소유주로 하여금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발적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와 동시에 민간 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한 건설경기의 회복을 유도함으로써 부동산 및 건설시장의 선순환 시스템 전환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건축물 에너지소비증명 적용 대상은 대형건축물로써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단지 및 연면적 3000m² 이상의 업무시설을 대상으로 한다.

2013년에는 서울시 소재 건축물의 매매 거래시에만 해당되며 에너지 평가서 미첨부시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부터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대형건축물의 매매·임대 거래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며 오는 2016년부터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에너지 평가서는 국토교통부가 만든 녹색건축포털 ‘그린투게더(www.green together.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발급할 수 있다. 온라인발급이 어려운 경우에는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시행규칙 제8조에 따라 에너지 평가서 발급기관으로 지정된 에너지관리공단 및 시·군·구청 방문을 통한 오프라인 발급도 가능하다.

온라인 발급서비스에서는 에너지 평가서 발급뿐만 아니라 발급대상건축물 확인 및 건축물기본정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제도 시행 2개월을 맞은 지난 4월22일을 기준으로 총 3376명이 온라인발급서비스에 가입하였으며 총 4558건의 에너지 평가서가 발급됐다.

이는 그만큼 건축물 에너지소비 증명제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제도 시행 전 국민 인지도 확대를 위한 홍보에 주력해왔다. 아울러 공단은 에너지 평가서의 원활한 발급을 위하여 에너지소비 증명제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 담당자 교육 등을 통해 제도의 조기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에서 거래신고까지 부동산 거래 업무의 대부분을 공인중개사가 수행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건축물 소유주보다 공인중개사의 에너지 평가서 발급수가 많은 실정이다.

또한 거래신고 시 에너지 평가서 발급번호를 입력하도록 되어 있어 거래 계약 전에 에너지 성능을 확인하기보다는 거래 계약 후 발급번호 기입을 위한 에너지 평가서 발급 비율이 월등히 높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건축물 에너지소비 증명제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도 공인중개사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이 건축물 구매 여부의 중요한 의사결정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범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국민 인식 및 참여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보다 정확하고 편리한 정보 제공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브랜드, 디자인, 가격 등을 가장 먼저 보겠으나 주행연비도 이에 못지 않게 자동차 구매의 중요한 요인으로 소비자들이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TV, 냉장고, PC 등을 구매할 때 전력 소비량이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전 제조사도 이러한 트랜드에 맞춰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점점 전력 소모가 줄어든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제품의 마케팅 포인트도 ‘저전력·친환경제품’으로 설정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력소모가 큰 에어컨,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경우 낮은 전력 소비가 가장 핵심적인 구매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물은 어떠한가?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이를 올바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인식 전환과 자발적 참여다.

이제부터라도 국민 모두가 건축물 에너지소비증명제를 통해 건축물 구매 시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함은 물론 국가 에너지 사용 절감에 기여하는 ‘똑똑한 소비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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