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E, 산업보다 에너지로 보자”

“가장 확실한 원전 대안은 절전”
보급확산은 국민 수용성이 관건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국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그 필요성을 느끼는지가 보급 확대의 우선요소라고 강조하는 그를 만나봤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설립 배경과 주요 업무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신재생에너지학회 부설로 지난 2009년 처음 설립됐으며 신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진흥과 R&D 확산이 목적입니다.

우리 연구소는 단순 학술교류를 넘어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비영리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목소리와 정부 정책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지요.

단순히 국내 산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교류 및 인적자원 육성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각종 정책포럼을 실시하고 산업 현안을 진단,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현재의 어려움은 성장 과정에서 겪게되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를 주축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지금도 규모 자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장과정에서 너도나도 신재생 산업에 뛰어들다 보니 기업 수가 너무 많아진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특히 중국의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졌지요. 지금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단계입니다. 지난해까지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으나 현재는 바닥을 치고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입니다. 따라서 올해 중반기 이후부터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국내 대기업의 참여가 늦었다는 것입니다. 해외 유수의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시장 진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불과 몇 년 전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할 때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참여했더라면 지금과는 양상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려면?

신재생에너지를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라 ‘에너지’ 자체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FIT에서 RPS로 제도가 변경되면서 수치적으로는 성장했으나 국내 보급은 주춤한 상황입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보급 속도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큽니다.

결국 보급 속도를 높이려면 그만큼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 자금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전기요금, 유류세 항목에 재생에너지 부문을 신설해야 한다고 봅니다.

화석연료, 원자력 옹호자들은 “경제성 없는 재생에너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원자력도 초기에는 미국의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은 전례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재생에너지에 육성에 투입한 비용은 미미한 수준이지요.

또한 원자력의 개발 및 유지비용도 모두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입니다. 수출을 위해서 정부가 다각적인 지원도 펼치고 있습니다. 대표적 화석연료인 발전용 석탄의 경우 비과세가 적용되고 있지요.

독일의 경우도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수용성이 높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세금을 더 걷더라도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지?

현 시점에서 대체 가능 여부를 떠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원전 가동을 중단했음에도 큰 전력부족 사태를 겪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전력 소비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단계적으로 남은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전기소비량이 장기간 늘지 않은 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전기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산업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상업용 건물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오피스텔 등에 개별 계량기를 보급해 전기절약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결국 원전을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전기 절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에너지원별 당면과제와 해결책은?

태양광은 여건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시가 총 320MW 규모를 보급할 계획인데 RPS 물량을 넘어서는 양을 도심에 설치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지요.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타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기대됩니다. 또 시민들도 누진세 완화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풍력은 육상풍력의 당면과제인 인허가 및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해양 에너지원을 보면 조력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의 경우 조류 또는 파력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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