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선도 역할 수행할 것”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
매년 고급에너지인 전기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시장의 운영과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책임지고 있는 전력거래소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캘리포니아와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던 이면에는 바로 전력거래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제는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첨병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전력거래소가 설립 1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전력계통의 안정적, 효율적 운영과 전력시장을 개설·운영하기 위해 2001년 4월 1일 발족한 전력거래소는 지속적인 전기사용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소임을 달성해 왔습니다.

발족 당시 4913만kW였던 발전설비 용량이 2011년 1월 28일 기준 7665만kW로 약 1.6배나 늘어났지만 선진국에서 볼 수 있었던 대규모 계통에 따른 대형 광역정전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는 대형화된 계통의 취약점과 제한적인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의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전력거래소는 또 우리나라 전력분야에 경쟁이라는 의미를 최초로 도입하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고 향후에도 전력분야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시장경쟁 활성화를 위한 리더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위한 선도적 역할도 함께 수행하며 국가 로드맵 수립, MEF(Major Economics Forum)의 스마트그리드 선도국 지정 및 제주 실증단지 추진 등 많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인 실시간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정책수립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정부를 지원하는 한편 2009년 12월부터는 실증단지 전력시장 구축 및 운영기관으로 지정됨으로써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제주실증단지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형에너지관리시스템(K-EMS) 개발에 성공해 우리나라가 선진화된 계통운영시스템을 자체 제작하고 필요한 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해 경제성과 함께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전력거래소 본사가 나주로 이전하는 시점에 맞춰 K-EMS 기반으로 차기 계통운영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한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동남아 등 전력IT 기술 수요국을 대상으로 K-EMS의 해외수출 사업화를 추진 중이며 전력거래소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취임하신지 10여개월이 흘렀습니다. 소회와 더불어 올해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먼저 전력계통의 운영, 실시간 급전운영, 전력시장 운영 및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 등 정책기능을 담당해 국민경제와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의 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의 가장 큰 자산은 300여명의 우수한 인재들로, 이들을 잘 얽고 묶어서 세계 일류의 전력산업을 만드는 것이 이사장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전력거래소는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의 실증단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스마트그리드의 전국 확산 기반을 구축하고 수요자원의 상시 이용체제 등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실증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기존 전력시장 제도의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소매경쟁 도입을 위한 기반조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전체 전력산업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것입니다.

전력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예비력을 최대한 확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겠으며 광역정전 예방을 위한 보호시스템 최적화 및 휴전계획 품질 향상에도 집중할 것입니다.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시장구조 정착을 위해 지난해부터 논의돼 온 시장제도개선 사항을 규정화하고 추후 발전방향을 정립할 것입니다.

동계피크 발생 등 최근의 전력소비 패턴 변화를 분석, 수요예측 모델개선을 통해 예측의 정확도를 제고하고 중단기 기간 중의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전력수급 계획에 반영된 설비의 적기준공 등 건설이행력 제고를 위해 발전소 건설이행실태 점검 정례화, 건설의향 평가제도도 개선할 예정입니다.

●이사장님은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력시장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경쟁적 요소와 규제적 요소가 혼합돼 있는 과도기적 상황입니다. 정부의 전기요금규제, 용도별 차등제, 발전사업의 민간비율의 상대적 저조 등이 완전한 시장체제로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의 급격한 개편이나 민간발전사업자 시장비율의 증가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므로 시장의 발전은 정부의 규제정책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력산업의 환경도 바뀌고 있습니다.

배출권 규제 등의 기후환경변화 대처, 전기차 상용화,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원의 증가 등으로 전력산업의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변화는 전력산업 운영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적합한 패러다임은 바로 시장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 24일 발표된 정부의 ‘전력산업구조 발전방안’은 현행 전력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공기업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는 2004년 배전분할 중단 이후 제기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해소하고 ‘경쟁시장’이라는 기본토대 하에서 전력산업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과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현재의 전력시장에 대한 선진화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 관점에서 판매경쟁 도입기반을 조성하는 등 전력시장 경쟁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요금이 계속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가스, 석유 등 1차 에너지 가격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가격이 더 싸서 발생하는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OECD 국가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낮은 전기요금이 계속될 경우 전기냉·난방이 더욱 확산돼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로 인해 전력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입니다.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의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내년에는 전압별 요금제를 도입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전기요금의 정상화 조치가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전기요금 정상화 조치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이 전기를 보다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에 기반한 시간대별 전기요금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력산업은 차세대 국가적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참여와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전력시장의 활성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전력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점차 활성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나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규제정책과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전력시장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녹색성장 정책이 더욱 발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상시수요자원시장, 자발적 녹색전력시장 등의 개설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전력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함께 녹색소비자의 시대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10년간의 전력시장 운영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제주실증단지에서 실시간 기반의 양방향 경쟁시장 구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력거래소가 스마트그리드의 거점지구사업 및 전국 확대 시 다양한 스마트그리드 자원이 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재의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자원의 전력망 접속 확대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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