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용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과 러시아의 전력계통 연계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슈퍼그리드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동북아 전력연계망 구상이 도출되면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는 많은 유럽 및 아시아 국가에 오랜 기간 동안 전력을 수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다른 나라와 전력계통 연계 경험이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러 전력계통 연계의 구체적 실행 계획 수립을 위해 러시아의 전력수출 전략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의 對핀란드 전력수출 계약 및 전략 등을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하여 한국과 러시아의 전력 계통연계를 위한 현실성 있는 추진계획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인터라오(INTER RAO UES) 그룹은 184억kWh의 전력을 수출하였는데, 이는 2012년 한국 전력소비량인 4666억kWh의 약 3.9% 수준이며, 대략 원전 3기의 발전량과 비슷하다. 러시아에서 전력은 다른 에너지원인 석유 및 가스에 비해서는 에너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러시아는 전력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2030년에는 전력 수출이 약 600억k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력수출 전략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점이 특징적이다.

첫째는 에너지 수출시장 및 수출상품 다변화 시도의 일환으로 아·태지역에 대한 전력수출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2012년 푸틴대통령 재집권으로 극동지역 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주변국으로의 에너지 수출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 전력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핀란드의 전력수입이 감소하고 있으며 중국, 몽골 등 동북아 국가의 전력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수출확대 정책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

둘째는 러시아가 외국과의 전력수출입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전력수출입을 전담하는 인터라오가 1997년 설립되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계 지역별로 각 지역의 전력수출입을 전담하는 자회사들이 설립되어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인터라오가 아·태 지역 전력수출 확대 목적으로 2007년에 동북아 지역의 전력수출입을 담당하는 Eastern Energy Company를 자회사로 설립한 것도 이러한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다.

러시아의 아·태지역 전력수출 확대 정책은 한-러 전력계통 연계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소 전략,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지위가 약화되고 와중에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대국 러시아의 지위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대국으로의 지위 약화는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높여 한-러 전력계통 연계 사업을 유리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가 대유럽 수출 감소로 선택했던 중국에 대한 의존도 감소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협상력은 더욱 증가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유리한 상황을 한-러 전력계통 연계 추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별로 전문화 되어 있는 러시아 회사와의 협상을 위해서 국내 담당 전담기구를 설립하거나 또는 담당 인원 보강 등으로 전력계통 연계 전문성을 강화하여 우리의 한-러 전력계통 연계의 편익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한-러 전력계통 연계는 해외의 안정적 전원확보를 통해 계통적으로 고립된 섬에서 탈피할 수 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빨간불이 켜져 있던 전력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여 한-러 전력계통 연계 사업 추진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