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최근 외부 해킹이나 내부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개인정보유출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내부통제시스템에 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개인영상정보 유출 및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이 의무화돼 있다.

오늘날 범죄예방, 교통단속, 재난관리, 산재예방, 매장관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CCTV를 포함한 각종 영상정보처리기기들이 광범위하게 설치, 운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범죄예방의 효과가 입증된 제도로서 CCTV설치를 확대 운영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별개로 타인의 모습이나 이동경로, 행위 등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관찰하고 녹화함으로써 결국에는 사생활이 여실히 노출, 일거수일투족이 항시 감시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됐다. 특히 최근에는 노동 감시 목적의 CCTV 활용이 증가하면서 인권침해에 관한 논란도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가 될 뿐더러 민주사회에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와 공공기관의 영상정보를 디지털화해 통합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기업은 보안대책을 서둘러 내놓았으나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여전히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는 듯하다.

정보를 분산할수록, 조금 불편할수록 개인정보와 영상정보의 유출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지금으로서는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영상정보의 공유를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운영과 관리지침을 수립하고 개인영상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 개인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정기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의 장은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자체점검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직까지도 공공기관은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자체 점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관별로 CCTV의 운영 및 관리 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자체 홈페이지나 언론을 통해서 공개해야 함이 타당하다. 또한 정보주체가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설치목적, 장소, 범위 등을 명시한 안내판 설치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범죄예방 효과 등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나 결과 없이 공공기관이나 기업 또는 개인이 범죄예방, 시설안전, 화재예방 등과 같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지금과 같이 CCTV를 아무데나 설치, 운영을 남발하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위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시 지역주민, 관계전문가,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영상정보의 운영과 관리에 대해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상정보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과정에서 지역주민, 시민단체, 관련전문가와 그 외 이해당사자의 심층적이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때에 따라서는 공청회도 개최해 대중의 폭넓은 의견을 개진하고 수렴해야 한다.

현대생활에서 문명의 이기(利器)를 선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권리이자 자유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사생활 또한 보장돼야 한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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