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독점 국내 에너지 시장 개선 필요”

지난달 29일 손양훈 인천대 교수가 제10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에 취임했다. 손 신임 원장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 학사, 연세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계량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에경연 전력정책연구팀장,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손 원장을 만나 에너지산업 시장의 현황과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 에너지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현재 어려움에 닥쳤다. 전기는 위태위태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데 해외시장의 에너지 가격은 굉장히 높다. 이는 국내시장을 공기업이 독점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외부 변화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낮다.

개발이 한창이던 시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에너지 공급하라’ 이런 것이 에너지산업에 주어진 임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났다. 뭐가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를 움직이는가.

에너지산업은 대단한 산업이다. 2012년 기준으로 총 매출규모 274조다. 더 따져보면 한국전력 50조원, 가스공사 35조원, 정유사는 수출과 내수를 합쳐 170조원, 그 외 세수 17조 등 네 가지만 합쳐도 270조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GDP 규모가 1000조 조금 넘는다. 에너지산업은 그 중 25% 차지한다. 매출액과 GDP의 개념은 다르지만 그만큼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에너지는 가진 지위나 역할, 비중에 비해 가볍게 여겨진다. 어떻게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아시다시피 에너지가 국가 기간산업이라 함부로 옮길 수도 없다. 국민의 생각이나 의견, 거기에 맞는 여러 가지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풀어나가야 한다.

▲ 전기요금 등 에너지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은 없는가?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기가 공기업인데 독점 시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전기요금을 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으니 요금 인상을 정부가 막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설득해서 전기요금을 제자리로 돌리기가 어렵다.

다른 용도, 예를 들어 냉·난방이나 건조 등에서는 굳이 열역학을 들지 않더라도 전기보다 다른 에너지가 효율적이다. 그러나 다른 에너지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모든 수요가 전기로 몰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8000만kW의 설비를 갖고 있어 설비면에서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남용하거나 마구 쓰는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 전기인데 낮은 전기요금이 그러한 상황을 유도했다.

▲ 전력수급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에 2년 걸린다는 얘기가 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2년 동안 미루기엔 너무 위급하다.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세 단계가 있다.

첫째, 당면한 전력부족을 막기 위해 안전점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비상 시스템 가동이 제일 중요하다.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맞춰서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수요 감축을 하는 등 지금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

둘째, 위기를 넘기고 나면 빠른 시일 내에 장기적인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해야 한다. 전기요금을 정상화시키고 균형을 잡고 정비해야 한다. 올 가을이 될지 내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더 장기적으로 보면 에너지 정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에너지를 마치 공급만 하면 쓸 수 있는 것 같은 공급 위주의 정책을 불가피하게 사용했다. 에너지 정보도 몇kW 썼는가, 10년 후에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런 것만 계산했는데 누가 어디서 얼마나 무슨 기기로 어떤 시간대에 썼는지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리가 되고 타깃에 맞는 정책을 쓸 수 있다.

정부 3.0 얘기를 많이 하는데 새로운 시대의 공개된 정보, 디테일한 정보 이런 것이 있어야 자료를 축적하고 토론하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산업이 선진화 돼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나라다. OECD국가 중엔 없다. 이런 것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 손 원장은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론자로 꼽힌다. 가스·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진행되다 올스톱돼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구조개편 문제는 우리가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노조와의 갈등이나 시대 이념과 결부시키는 것은 지나치다. 에너지도 하나의 경제적인 현상이고 산업인데 과거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하는 것을 해결하기 힘든 것으로 비화시킨다. 개인적으로 구조개편이 장기적으로 두 가지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급변하는 해외 시장의 변화가 우리 안에 들어와서 적절하게 소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에너지 소비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지난 10년간 에너지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다. 원자력은 후쿠시마 사태 때문에 큰 변화가 왔고 화석 에너지도 셰일가스를 비롯한 새로운 에너지원들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10년쯤 후에 에너지가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소비될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이런 변화가 왔을 때 예를 들어 국내에 70~80%가 있고 20~30%가 수입되는 중국 같은 나라라면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외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해외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훌륭한 시스템은 시장이 움직이고 가격이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단기간 내에 하기엔 정치적 불안 등이 있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도 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나가면서 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맘먹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통신시장도 20년 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만큼 발전했다. 에너지시장도 지금 눈앞에 와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들 흔히 말하는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시장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녹색성장을 시도해봤는데 잘 안됐다. 시장이 움직이질 않는다. 산업체는 새로운 에너지의 솔루션을 도입하고 싶어 한다. 자가발전, DR, VPP등 여러 가지 솔루션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재 세금으로부터 보조받고 있는 전기요금보다 가격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들어오지를 못한다.

한전이 단일요금을 모든 사람들에게 제시를 해놨기 때문에 그 속에는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이 들어올 수가 없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라는 개념과 ICT 솔루션을 융합하는 어떤 에너지 산업을 만들려면 그러한 것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한 것이 신축적 산업이고 경쟁화된 산업이고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산업이며 소비자의 정책이 우선시되는 산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외 시장의 변화, 국내 산업·과학기술의 발전 이런 것들이 어떻게 들어오도록 하느냐가 에너지 수입국, 취약국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해서 성공한 예는 없다. 합의하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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