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그룹,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리포트 발표
한국 38%‧미국 67% ‘내연기관차 원해’…전기차, 15% 불과
젊은층 전기차 구독서비스 선호…불확실한 경제 상황 탓

[에너지신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시장에서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소비자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가솔린 및 디젤차 등 내연기관차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선호도는 하락, 내연기관차 선호도 상승세는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는 중이다.

▲ 빌리카 지점 내 충전중인 전기차의 모습.
▲ 빌리카 지점 내 충전중인 전기차의 모습.

2030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하며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선언했던 완성차업체들도 서서히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수요 변화에 맞춰 2030년에도 내연기관차를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즉 순수 전기차 전환을 바라던 시장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현황과 미래 전망을 분석한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번 리포트에 포함된 설문조사는 26개 나라 약 2만 7000명의 자동차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기차 선호, 한국 15%‧미국 6%…‘전기차 인기 급락’

한때 큰 인기를 끌며 주목받던 전기차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각 국 차량 구매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24년 기준 순수전기차 선호도가 저조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BEV 선호도가 6%로 가장 낮게 나온 것이 눈길을 끈다.

이외에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일본이 6%, 아직까지 내연기관차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및 인도가 10%로 낮은 편이었다. 전기차 전환에 발빠르게 대응한 독일과 우리나라는 각각 13%와 15%에 그쳤다. 중국의 경우 33%로 다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연기관차는 전년보다 증가하고 있어, 자동차 소비자들은 차량구매에 내연기관차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미국 소비자들의 67%가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도 52%에 달했으며 뒤를 이어 인도와 독일은 49%, 한국 38%, 일본 34%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기준 미국 58%, 동남아시아 50%, 인도 53%, 독일 45%, 한국 34%, 일본 30%보다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중국은 내연기관차의 선호도가 지난해 45%에서 33%로 줄어들며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높은 비용‧충전 등 불편함이 전기차 매력 떨어뜨려

전문가들은 현재 전기차 부진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현상에 빠져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의 선호도가 저조한 원인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가라는 단점과 긴 충전 시간,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인한 불편함이 꼽힌다.

무엇보다 전기차를 통한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이유로 ‘차량 운영 비용 절감’이라는 답변이 중국과 독일 50%, 인도 63%, 일본 62%, 한국 64%, 동남아시아 68%, 미국 66%의 응답률을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서는 ‘환경에 대한 우려’로 전기차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제 전기차의 충전시간과 충전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80% 이상 충전되는데 기다릴 수 있는 시간으로 ‘21분에서 40분’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충전시간 21분에서 40분이라고 답한 소비자들은 동남아시아 36%, 일본 34%, 중국 50%, 인도 37%, 한국과 독일 48%, 미국 43%였다.

이는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사에서 ‘10분 이하’라 답한 소비자는 동남아시아 12%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10% 이하였다. 주행거리 ‘400km 이상’을 기대한 소비자의 경우 인도는 40%였으나 독일은 67%에 달했다.

▲ 전기차 충전기(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 전기차 충전기(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전기차, 구매보다 구독? 소비패턴이 달라졌다

전기차 구입에 부정적인 것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특히 젊은층(18~34세)은 차량 소유를 포기하고 차량 구독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도 67%, 중국 48%, 동남아시아 46%의 젊은층 소비자들이 차량 구독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이 차량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각 국의 차량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중국 39%, 독일 38%, 인도 44%, 일본 49%, 한국 41%, 동남아시아 49%, 미국 38% 등으로 상당히 높았다.

뒤를 이어 ‘고정된 월비용으로 예측 가능한 비용 통제 가능’이라 답한 비율이 중국 35%, 독일 42%, 인도 47%, 한국 38%, 동남아시아 45%, 미국 30%의 응답율을 보였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편의성 측면의 이유로 미국 등 주요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순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속 엔진이 꺼지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리포트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물론, 브랜드 충성도와 커넥티드카 및 차량 구독 서비스 전반에 대해서도 인사이트를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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