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에너지기본계획 논의에서 2035년 원전의 설비 비중 설정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또한 수요관리의 강력한 수단으로써 전기요금 정상화를 포함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의 포함 여부가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관통하는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미 지난 2월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나왔듯이 산업부는 2025년 이후 4기 6GW의 원전 건설을 유보한 채 공을 에너지기본계획 논의에 넘겨놓은 상황이다.

원전의 설비 비중을 놓고 참여자 간에 뜨거운 논쟁이 오갔다고 하지만 결국 유보했던 설비를 넣을지, 뺄지가 핵심이다. 국민 수용성과 송전망 건설과 관련해 이미 확정된 신고리 7, 8호기 등도 재검토된다면 2035년 총 발전설비용량에서 원전설비의 비중은 20% 내외로 약간 감소할 수 있다.

물론 새누리당이 원전 설비 비중을 현재 24%에서 약 33%로 높이는 당론을 결정한 바 있고 원자력산업계도 30% 이상을 고집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 원전 비리, 송전망 확충 난제 등으로 원전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면 상당한 반발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에너지 분야의 난제와 현안은 대부분 불합리한 에너지 가격체계에서 비롯됐다. 가격 체계 개편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계획이라도 쓸모가 없다.

이번 에기본 논의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일부에서는 풍력과 태양광을 합쳐 설비 목표량이 30GW를 넘길 것이라는 등 희소식이 나오지만 일각의 낙관적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장 잠재량’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다양한 에너지 환경을 고려할 때 적용 가능한 잠재량을 추정한 후 보급 목표를 설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 잠재량’이 다소 보수적으로 추정되는 분위기이다. 설령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상향 설정된다고 해도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피크 기여도를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은 에너지수급 안정에 필요조건으로 간주되지 못하고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비중은 20.2%이지만 피크 기여도는 4.5%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대부분이 한껏 상향된 설비 예비율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또 과거와 달리 정부는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시 국내 보급 목표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려고 한다.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지만 보급 목표보다 시장 점유율 목표에 비중을 두면서 보급 목표 미달에 따른 부담을 분산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수급의 한 축으로 간주하지 않는 이런 국내 흐름은 재생에너지를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해결책으로 보는 유럽의 시각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이 미흡한 것은 1차 에너지가 예상보다 빨리 증가한데다 해양이나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원별 보급 목표가 무리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또 풍력 보급이 지체되는 것은 정부 내에서 육상풍력 가이드라인이 합의되지 못하는 등 규제가 미숙한 탓이다. RPS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실행수단에 대한 평가와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도 예산 투입에 비해 보급 성과는 미흡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세계 시장이 전망이 좋고 재생에너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창조 경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내에선 실질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된 분위기가 정책 과정에서 만연하다.

에기본이든 제4차 신재생기본계획이든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에너지믹스의 한 축으로 보는 접근 방식이 자리 잡혀야 한다.

그래야 보급 목표라는 숫자에 위로받는 수준을 벗어나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변화의 시동을 걸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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