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충근 (주)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소장

가정용, 상업용,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핵심에너지’는 전기와 도시가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들은 ‘전면공급중단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연재해, 사이버테러, 국지전이 바로 그 위험인자이며, 그 발생 가능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핵심에너지’의 ‘전면공급중단 위험’은 이들 에너지가 ‘실시간 공급망’, 즉 전선망과 배관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급망 내 모든 수요처에 대한 에너지공급이 동시에 중단돼 인간의 기초생활이 일시에 마비되어 버린다. 도시지역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전기와 가스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엘리베이터ㆍ냉장고ㆍ조명시설 정지(전기), 난방시설ㆍ취사시설 사용불가(천연가스)로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반면 ‘처마 밑 에너지’로 불리는 LPG는 위기관리용 에너지로서 탁월할 강점이 있다. 자연재해, 사이버테러, 국지전이 발생해도 탱크로리로 시시각각 운반되고 저장탱크와 용기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전면공급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LPG의 용기 교환 주기나 소형저장탱크 충전주기가 1개월이라고 가정하면, 1개월 분량의 LPG가 사용처에 비축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LPG판매점에서는 용기로 충전소에는 저장탱크로 상당량을 보관하고 있고, 또 상당량은 탱크로리로 운반 중에 있어 비상시에도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또 천연가스 공급망이 마비되었을 때 수요처에서 천연가스의 대체 가스로 공급할 수 있는 것도 LPG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천연가스 LPG/AIR MIXER라를 설비를 약 2000여대 가량 보급해 사용 중이다. 이 설비는 LPG와 공기를 섞어 도시가스와 열량과 연소성이 같은 가스를 사용처에서 제조해 도시가스배관을 통해 사용처에 공급하는 것으로 비상시 도시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아울러 LPG는 ‘핵심 에너지’인 전기와 천연가스의 ‘전면공급중단 위험’에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각광 받고 있는 LPG용 m-CHP(소형 열병합발전기)를 통해 열원의 역할과 발전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m-CHP는 가스엔진이나 가스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폐열을 열원으로 이용하는 고효율ㆍ친환경ㆍ분산형 ‘발전겸용 보일러 시스템’으로, 최근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1kW급이 보급되고 있다.

일본은 LPG를 독립된 가스체에너지로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LPG를 사용하여 전기와 온수를 생산하는 가정용 초소형 열병합발전기(가스엔진 m-CHP, 연료전지 등)의 개발ㆍ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LPG수급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으나 최근 천연가스 정책과 석유정책에 밀려 그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를 용도 폐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LPG의 강점을 살린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엔진 개발, 고효율 열사용기기의 개발, 더 나아가 m-CHP와 같은 열병합발전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LPG 수요가 더 이상 급감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한 시발점으로서 LPG를 가스체에너지로서 독립시키고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현재 LPG는 원유 정제 시 생산되는 석유제품으로 규정돼 있다. 생산과정이나 제품성질 등을 고려할 때 석유제품의 경쟁자임에도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관련 법령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과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등으로 나뉘어 있고, 정부 담당부서도 2개로 나뉘어 있다.

동일본 대지진 후 원자력에너지의 위상 변화와 셰일가스 붐으로 최근 국제에너지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LPG의 주요 가스체 에너지원 편입과 법령 일원화를 통한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은 그래서 더 절실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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