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산업구조가 에너지 저소비형으로의 이행됨에 따라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추세가 지속되면서 1990년대에 높아지던 에너지원단위도 2000년대 후반까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한데다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설비 증설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은 에너지원단위가 다소 악화되고 있으나 다시 개선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만을 놓고 볼 때 전력원단위는 개선이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이나 철강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함에 따라 총에너지소비 증가율은 크게 둔화되고 있지만 산업부문의 전력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하락하여 에너지원단위는 개선되고 있지만 전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가 산업부문의 전력소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소비에서 나타나는 전력화 현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상업부문을 보면 난방용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가전제품이 지속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전력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산업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석탄과 가스 등의 일차에너지를 고려한다면 전력화 현상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국가경제에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물론 대체가 불가능한 용도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난방과 같은 용도는 화석연료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난방용 전력 소비는 억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난방용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정부문에서 보조난방용으로, 상업부문과 교육용에서는 주난방용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은 최대전력수요가 동절기에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전기요금에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OECD 국가에 비하여 크게 낮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가가 크게 낮은 원자력의 비중이 높고 인구밀도가 높아 송배전 비용도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함에 따라 원가 이하의 요금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전력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 실패로 적정 수준의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전력수급난이 반복되고 있다. 설비확대를 통한 전력수급난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현실적으로는 수요관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고 최근 몇 년간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주장한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현재의 전력수급난이 바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하는 것은 왜곡된 소비구조를 바로잡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왜곡된 전기요금을 그대로 두고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비효율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함과 동시에 전기요금 체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원가에 기반을 둔 전압별 요금체계를 도입하고 불합리한 주택용 누진요금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하여 계시별 요금제를 확대시행하고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각 경제주체는 가격시그널에 따라 경제활동을 한다. 합리적 가격이라면 경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왜곡되어 비합리적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경제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력정책의 우선은 요금합리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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