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책제안’이 발표되면서 유상증자로 저평가되었던 가스공사 주식이 상승세를 탔다. 원전비중 축소에 대한 시장에서의 인식이 천연가스 수요확대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부분은 바로 ‘에너지상대가격 조정을 통한 수요관리 강화’ 대목이다. 

에너지상대가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에너지 가격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운용되어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사실 최근 전력수급 비상사태는 지나치게 저렴한 전기요금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전기요금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격왜곡이 타 에너지원으로 파급된데 있다. 즉,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하여 에너지원별 불평등과 에너지정책의 비효율을 속병처럼 앓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공급관리 중심의 액션플랜과 정부주도의 가격통제가 에너지가격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다행히 최근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책제안에서 에너지상대가격 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다분히 희망적이다.

그러나 2035년 전력수요 15% 감축 및 발전부문 온실가스 20%이상 감축이라는 목표는 과연 어떤 정책툴로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또한 규제기관이 아닌 산업부가 이러한 목표치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즉, 사전적으로 기술규제를 할 것인지, 아니면 수요를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러한 정책목표에 상응한 정책믹스와 정책패키지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산업계는 산업계대로 정부의 정책목표를 투자시그널로 인식하게 된다.

그동안 글로벌 탄소시장은 유럽의 경기침체로 인하여 지지부진하였다. 최근 들어 유럽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EU-ETS 가격은 6유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배출권은 10월말 현재 12달러를 상회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투자의 바로미터이다.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투자를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에 개시될 국내 배출권거래만으로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도 실현할 수 없다. 부처별로 내놓은 RPS, FIT, 목표관리제, 탄소세 등이 배출권시장과 함께 하나의 유기체처럼 맞물려야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은 서로 대립하면 할수록 산업계는 우왕좌왕하게 된다. 국내 부처들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늘 산업경쟁력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시점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산업계가 과거의 패턴대로 경쟁할 보호막을 쳐 줄 것인지, 아니면 기술진보를 통하여 미래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면역력을 키워줄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요약컨대,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기존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식한 이상 사회적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제도개선에 따른 당사자들의 저항은 그동안 가격왜곡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은 산업과 에너지복지의 수혜를 받지 못한 취약계층의 고통에 비하면 사치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개선을 위한 재정비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감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간의 대립각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모두의 눈에는 부처간의 대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셋째, 정책의 우선순위도 중요하지만 정책툴의 우선순위 또한 중요하다. 배출권거래, 탄소세, RPS, 온실가스목표관리제, 부과금, 특별회계 등을 동일한 기준에서 다루는 것은 정책믹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가장 정책효과가 크고 기술진보의 파급효과가 넓은 정책툴을 뼈대 삼고, 소외된 부문과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툴을 보완적으로 살을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