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에 대한 왜곡은 절대 안된다”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으로 연구 독립성 확보"


국제적 전문연구기관으로의 도약을 밝히고 있는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가 에너지ㆍ자원 정책 수립과 국민경제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지난 1986년 9월 1일 설립됐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설립 멤버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설립부터 뿌리를 내린 전통 연구원 출신이다.

그동안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가 에너지기본계획, 온실가스 마스터플랜,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주요계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또한 에너지산업정책연구, 에너지절약, 기후변화대응, 기반연구(통계, 모형), 국내외 에너지시장 동향분석, 국제협력연구 및 활동 지원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김진우 원장은 향후 발전방향으로 △국가 에너지부문 아젠다 선도 △세계 수준의 연구성과 창출 △ 에너지 지식 네트워크의 국제적 허브 구축을 통해 경쟁력 있는 국제적 전문연구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힌다.

이에 따른 당면과제로 통계와 정보, 모형 등의 연구기반을 확대하고, 에너지정책 선도기능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둘 생각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진우 원장을 만나 중점 추진방향과 에너지산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편집자 주


△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중점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저희 연구원은 현 정부가 국정기조로 설정하고 있는 녹색성장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말 발표한 중기 자발적 감축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감축목표 설정, 목표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 및 탄소세 등 다양한 정책수단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등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풍력, 태양광, 수소에너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의 연구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 개발과 함께 이러한 신재생에너지를 수출 산업화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융합ㆍ신산업 창출형 그린에너지 산업 활성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에너지 가격 합리화와 친환경 세제 개편을 통해 에너지 효율 국가전략을 고도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산업화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점증하고 있는 자원전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권역별 자원개발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등 에너지안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 전략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김진우 원장은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이 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가장 주요한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정부의 입맛에 맞춰 연구결과를 내놓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의 독립성 확보방안은 무엇인지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부 정책수립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정책 선도 기능을 강화하다 보면 정부와 흡사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게도 됩니다. 하지만 연구원의 분석, 방향과 다른 점에 대해서는 정책협의회,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서 대화와 토론을 합니다. 연구진의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이 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가장 주요한 방안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경우 공기업,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민간이나 공기업의 연구용역 비중이 차츰 줄고, 정부 연구가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의뢰기관으로부터 과제를 받고 자주 얘기를 나누다보면 아무래도 그쪽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그쪽에서 타당하지 않은 내용을 결론으로 내놓을 경우 우리는 절대 따라가지 않습니다.
저는 “결론에 대한 왜곡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 우리의 그린에너지산업이 세계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지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중점분야를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부품ㆍ신소재 중심의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하여 선도국과의 격차를 줄이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방식으로의 변환기에 CDMA 방식에 집중함으로써 우리가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기술표준 선도를 통해 수출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원자력은 낮은 건설단가에 따른 높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면 세계적 원전 수출국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과 통신을 결합하여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달성하려는 사업으로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인프라 강국, 중전기분야의 우수한 기술력, 전력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효율적 운용, 건설 및 에너지 부문을 결합한 인프라 구축 경험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조선, 철강, 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정부도 향후 플랜트 산업의 핵심으로 원전을 꼽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발전방향을 제시한다면.

원전 수출은 경제적, 과학적, 외교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지니며, 전방산업은 물론 후방산업까지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OPR1000 2기 수출시 경제적으로 5조원의 직접수출 효과외 5.4조원의 생산유발 및 후속수출시 2.2~4.0조원 효과 발생) 따라서, 원전수출은 국가적 영향력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수출을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원전 수출체계를 일원화하여 원전 수주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원전 산업은 설비공급, 건설, 원자력연료,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기능이 분산되어 있고 이러한 전체 과정을 통합하는 국제적인 원전 Vendor가 부재하다는 것이 큰 문제점 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형태의 원자력 전문회사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업관리, 설계, 엔지니어링 분야 중심의 강력한 Vendor 육성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장님은 한전 배전분할 방안을 연구하는 등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전력, 가스 등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우선 전력산업구조에 대한 지식경제부 정책방향의 핵심은 전력산업에 경쟁ㆍ효율ㆍ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 입니다.

주요내용은 현행 전력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운영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한수원과 화력발전5사 체제를 유지하되 시장형 공기업의 장점을 살려야 하며, 한전은 원전수출과 해외자원개발 등을 총괄하고 발전사에 대해서는 발전소 건설ㆍ운영ㆍ연료도입 등 제반 경영활동에 대해서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에 대한 비판과 전력산업이 수직ㆍ수평으로 통합되었던 과거체제로의 회귀 주장에 대해, 경쟁ㆍ비경쟁부분을 최대한 분리하여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향상을 추구하는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조개편 반대론자의 논리는 전통적으로 전력·상수도·전화·철도산업 등과 같이 자연적·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높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효과를 지니고 있는 산업 부문에 대해 자연독점이 인정되어 왔으며, 독점에 따른 비효율은 똑똑한 규제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산업의 규모가 무한정 확대되는 경우에도 규모의 경제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며(우리나라의 발전부문은 ‘90년대 초반 규모의 경제가 상실되었다. 손양훈, 정태용, 전력산업의 규모의 경제성에 관한 연구,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자료 93-07, 이밖에 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규제자가 똑똑해 지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스부분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기업 선진화” 차원에서 가스산업 선진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가스산업 선진화는 가스산업 내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경쟁도입에 따른 수급불안과 가격상승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도입을
통한 가스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는 급변하는 국제에너지시장 환경에 대해 유연성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입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전사나 판매회사들이 자기 책임 하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직접 조달하는 체계로 산업구조를 전환하게 되면 오히려 수급 및 가격의 안정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과 정재현 에너지신문 사장이 대담하고 있다.

△중동 사태 등으로 인해 또다시 사상초유의 고유가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유가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시며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에 대해 간략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범아랍권 정세불안에 따른 수급 불안 우려로 인해, 국제유가 가격이 110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나, 유사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통해 적극 개입을 하게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리비아의 내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재스민 혁명 열풍이 사우디 등 주변 산유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3차 오일쇼크 등 유가전망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다양한 에너지소비 제한조치와 함께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비상계획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 에너지 시장 여건변화에 취약한 경제구조로 인해 항상 노심초사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 대응책 보다는 차제에 중장기적인 대응에 주안점을 두어 체질 강화의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해외유전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에너지효율향상을 통해 에너지저소비형 사회구조로 전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외유전개발을 위해서는 자원개발회사의 대형화와 자금동원력 확대 방안이 강구돼야하며, 에너지 효율 향상은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을 통한 연비 개선, 경차보급, 화물차 공차율 저감, 첨단교통체계 구축 등 석유소비가 많은 수송부문을 중심으로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나 수소에너지 개발ㆍ보급과 관련한 목표, 재원조달, 추진제도를 긴밀하게 연계해 정책 추진체계를 보다 합리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신문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에너지 소비절약을 강조하는 한편 강제적인 소비 제한 조치 등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실효를 내기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고통을 감수하고 에너지 소비절약을 실천함과 아울러 습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은 과거와 달리 단순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될 것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맞추어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극복해야할 의무이자 새로운 기회임을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전원 코드를 빼놓거나,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은 따르지만 이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성과가 적지 않기에, 우리 경제가 에너지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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