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효 대구대학교 교수

최근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라는 이름 하에 공기업의 과다한 부채를 감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전도 금융부채가 54조원으로 강력한 부채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 부채감축을 위한 일반적 방안으로 해외 자산 매각이 선호되고 있고 한전도 해외 우라늄 광산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두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많은 대형 공기업의 부채는 원인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기업 부채의 구조적 원인으로서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와 낙하산 인사가 핵심이다. 둘째는 공기업 마다 산업적 특성이 달라 이 차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전의 경우 1997년 IMF 위기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0년도에 호주 탄광을 매각한적 있는데 이후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탄광 매각이 성급한 판단으로 판명되었다. 한전의 정상화 정책 중 해외 자산 매각은 해외 에너지 시장의 상황을 섬세히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 공기업 정상화와 부채감축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이 정책들은 나중에 또 다른 부실의 원인이 될 뿐이다.

전력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또 고려해야 할 요소는 2001년에 추진된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이다. 필자는 이 정책이 원래의 계획대로 완료되지는 못하였으나 현재 전력산업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우선 첫째는 정부승인 차액계약제(Vesting Contract, 이하 VC)와 관련된 논란이다. 도매전력시장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때 한전의 발전부분을 분리하면서 도입되었는데, 전력을 거래하고 있는 도매전력시장의 거래 규칙으로 인해 도매전력구매자인 한전의 손실과 도매전력판매자인 발전사들의 초과이윤이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문제다. 도매전력시장신설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인데 전력시장을 여러 차례에 거쳐 개편하였으나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현행 전력시장을 VC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정부가 전력거래 가격의 상한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력산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민간발전사의 초과이윤을 현재의 전력시장 체제 하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초과이윤이 소멸될 상황에 놓인 민자발전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력시장을 전제한 상태에서 거래 물량과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쌍무계약을 확대하는 정책인데, 차라리 쌍무계약 물량을 전력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여진다.

둘째는 원자력 비리와 원자력 개혁 문제다. 원자력 부품 인증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원자력 산업의 개혁 목소리가 높지만 한수원의 경우 고리원전 단전 은폐사건, 원전부품 납품비리, 발전소 직원 필로폰 투약,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등 일련의 비리사건이 원자력 발전의 한전 분리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전으로부터의 분리 이후 소위 원자력 직군의 폐쇄적 관계로 인해 한수원 경영에 대한 외부감시 시스템이 미작동하여 나타난 현상은 아닌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수원의 한전으로 재통합 등 구조적,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전으로 재통합시, 한수원의 폐쇄성 견제와 상시 감독기능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전력요금과 공급안정성 문제다.

위 세가지 사례들은 가깝게는 단순한 전력정책 실패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방치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영향으로 보아야 한다. 한전자회사의 시장형공기업 지정 해제, 전력시장의 비대칭적 이익구조의 해소, 지나치게 비대해진 민간발전 비중의 감소 등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악영향을 방지하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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