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유통 전 단계마다 검사·단속 및 처벌기준 강화
이력관리시스템·1회 위반시 허가 취소 제도 도입

정부가 본격적인 불량 LP가스용기 유통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용기연한제로 촉발된 용기 안전 문제는 지난해 연이은 LPG사고와 맞물려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여려차례 면담을 거쳐 전 유통단계에서의 검사 및 처벌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단 업계간 이해관계가 상충해 본격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대책을 상세히 알아봤다.

잇따른 사고, LP가스 용기 안전관리 ‘도마’

불량 LP가스용기 유통 근절대책은 지난해 LP가스 관련 인명피해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불거졌다.

특히 지난해 9월23일 대구 LP가스 폭발사고가 도화선이 됐다. 대구사고는 LP가스 판매업체가 노후용기를 사용해 무허가 시설에서 불법충전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 폭발사고로 번져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LP가스는 용기에 담아 유통되는 특성상 사고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가스사고 중 LP가스 사고가 72.4%를 차지한다. 언론도 노후·불량용기 유통 등 LP가스용기 안전관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부각했다.

이 문제는 사실 업계의 오랜 난제였다. 유통단계에서는 충전소, 무허가 판매소에서의 불법충전 성행, 용기 이력관리 부실화 등에 따라 안전관리에 어려웠고, 검사단계에서도 내압시험 누락, 검사결과 관리체계 부재 등 검사업무 전반의 부실화, 용기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했다.

사용단계도 유통기한 도래, 가스누출 등 용기 안전에 관한 기초정보가 불충분했다. 하지만 사업규모의 영세성, 사업자간 이해대립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돼 왔다.

이에 정부는 안전 사각지대가 없는 그물망형 불량 LP가스용기 유통 근절대책의 수립·시행을 통해 용기 사고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비정상 요소가 많았던 유통단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충전사업자 중심으로 용기 안전관리를 재설계하고, 전문검사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유통단계 ‘비정상요소’ 제거

불량 LP가스용기 유통 근절대책의 핵심은 ‘그물망형’에 있다. 제조-충전ㆍ판매-검사-사용 등 전 유통단계에서 검사기준 및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제조단계에서는 신규용기의 제조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주기적으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신규용기 검사 항목수를 현행 9개에서 11개로 늘리는 등 검사기준을 국제수준으로 대폭 강하는 한편 설계단계 검사시 국제기준에 준한 압력반복검사, 파열시험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용기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한다.

유통기한(검사기간) 표식이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방수 코팅ㆍ자외선 차단이 가능한 기능성 페인트 사용을 의무화해 내구성을 보강한다.

제조시설에 대한 적합성 검사도 이뤄진다. 최초로 생산된 용기 품질 수준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용기제조시설에 대한 적합성검사(파괴적 방식)를 3년 주기로 실시한다.

현행법이 시제품 제작 단계에서만 적합성검사를 1회만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노후·마모된 설비를 계속 사용할 경우 최초로 제작된 용기품질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가스안전공사의 상시점검도 강화해 4개 용기제조업체에 상주인력을 파견, 제조공정, 내압검사 등 점검을 진행한다.

충전ㆍ판매단계는 △용기 안전관리 책임성 강화 △판매소에 대한 체계적 안전관리 △폐기대상 용기 관리프로세스 마련을 골자로 변화한다.

우선 ICT기술을 활용, LP가스용기에 대한 ‘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 신규용기는 용기 제조업체에 대해 제조업체명, 제조일자, 용기소유자, 유통기한 등 기본정보를 용기 외면에 부착토록 하는 의무화한다.

이미 유통 중인 용기는 충전사업자의 경우 검사기간이 도래한 용기에 대해 검사기관, 검사일, 차기 검사날짜 등 추가정보를 입력토록 제도화한다. 추적 이력관리가 곤란한 유통용기는 업계요구에 따라 용기 각인표시, QR마크 부착 등 검토할 예정이다.

충전소의 불법 충전행위 원천 차단을 위한 처벌기준도 마련된다. 불량용기 충전, 미검사용기 유통 등을 충전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으로 규정하고, 허가취소 등 처벌근거를 수립할 방침이다.

용기 안전관리 업무위탁 활성화도 추진한다. LPG시장은 용기 구입단계에서는 용기 소유자가 충전 또는 판매사업자로 구분되고 있으나, 유통단계에서 소유자를 구별하지 않고 충전·판매되고 있어 용기 안전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판매사업자가 충전사업자에게 안전관리를 위탁할 경우 위탁 계약서에 명시할 세부내역을 법령으로 규정해 안전관리 책임을 구체화한다. 용기 검사신청, 불합격ㆍ유통기한 경과 용기 폐기처분 등이 포함된 관리범위를 명시하고, 위탁비용은 산업부장관이 고시 형태로 적정수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판매소에 대한 체계적 안전관리를 위해 △판매소 간판 기준 마련 및 용기 판매·점검대장 작성 △용기 운반차량의 효율적 안전관리를 위한 등록제 도입이 추진된다.

폐기대상 용기에 대한 관리 프로세스도 마련된다. 현재 충전소ㆍ판매소ㆍ검사기관이 각자 수행하는 폐기업무를 검사기관으로 일원화하고, 매분기마다 가스안전공사에 결과를 통보토록 한다.

아울러 불법유통 목적의 폐기대상 용기 보관행위를 충전·판매사업자에 대한 금지유형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한다.

검사단계에서는 민간 전문검사기관에 대한 관리와 검사대상용기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민간검사기관의 경우 △내압시험검사 전과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검사기관고유번호 부여, 용기각인 △‘내압시험’ 측정기준 강화 △검사기관 정기검사제도(3년 주기) 도입 △위법시 개선권고 없이 바로 행정처분 부과 △가스안전공사 직원 상주입회 점검 등 관리 감독이 강화된다.

검사대상 용기기준과 관련해서도 △사용기간이 26년 미만 용기는 검사기준을 합격할 경우에만 사용 허용 △26년 경과 용기는 용기외면에 부식방지 도장, 용기두께 측정 의무화 등 강화된 검사기준 합격시 사용 허용 △용기가 넘어져 발생하는 안전사고 차단을 위한 ‘수직도 검사’ 항목 신설 등 안전성 검사기준을 상향 조정한다.

소비ㆍ사용단계에서는 △유통용기 일제점검 △용기 외부에 소비자 안전정보 부착 등이 시행된다.
아울러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LP가스 설치시 완성검사 의무화 △불량 LP가스용기 ‘대국민 신고포상제’ 운영 △민간단체와 협력해 민관 감시체계 구축 등도 추진한다.

한편 불법 유통에 가담한 사업자에게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내려진다.

정부는 충전ㆍ판매업자에 대한 실효적 행정처분 강화를 위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망사고 등 대형사고를 유발한 사업자, 불법충전해 판매한 사업자는 1회 위반시에도 허가를 취소(One Strike Out)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행규정에서는 고의나 과실로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1회 위반시 사업정지 10일에 불과하다. 유해물질이 들어 있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식품을 판매한 식품제조업자 등은 1회 위반시도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석유판매사업자의 경우 사업정지 기간이 최소 1개월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가벼운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에 사업정지 기간 및 과징금 상향 조정 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정지 기간을 현재 10일에서 1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사업정지 대신 부과하는 과징금 최고금액도 4000만원으로 현재보다 2배 올릴 방침이다. 과징금 산정기준도 매출액 방식에서 정액 방식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한다.

효과적 단속을 위해 가스안전공사에 대해 LP가스 시설에 대한 독자적 조사권 부여도 검토된다. 산업부 중심으로 경찰청, 17개 시도, 가스안전공사가 협업체계를 구축, 불법 충전행위, 폐기대상 및 미검사 용기 유통 등 집중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업계 갈등관리 ‘주력’

정부는 향후 LPG업계의 갈등관리와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책 수립단계부터 업계 간담회, 민관 워킹그룹 회의,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쳤으나, 향후 입법과정 중 일부 업계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용기안전관리 강화 및 책임성 제고라는 원칙에는 찬성하나 충전소 중심의 용기관리 방침에 대해 지방소재 판매업계에서 이견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규제 강화에 사업자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향후 LPG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LP가스 상생협력 포럼’을 상설화해 입법과정, 세부시행 방안 수립시 타당한 업계의견을 반영하고, 영세 LPG사업자에 대한 재정·기술지원, 불필요 규제 발굴·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비용수반 과제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속도감 있는 대책 추진에 나선다. 이번 대책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시행령, 규칙)은 상반기 완료, 법 개정안은 하반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설개선 등 비용수반 과제는 가스안전 융자금 등을 지원한다. 올해 시설개선과 용기 구입비 지원에 융자금 120억원, 용기제조·검사장비 개발과 용기이력관리시스템 R&D에 2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국민 홍보도 대폭 강화해 온-오프라인에서 홍보활동을 벌이고 전국적인 가스안전 캠페인 전개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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