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급보고 시스템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대립이 이어지며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기본 법령 정비를 마치고 오는 7월 석유제품 수급상황 보고주기 단축과 보고기관 이전, 수급보고 전산화시스템 시범사업 등 관련 안건 진행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유통업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유소업계가 의사표명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해 12월 반대 탄원서와 서명부를 청와대 등에 전달한 데 이어 지난달 8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줄곧 평행선을 달려온 양 측의 대립은 최근 협의체 구성을 두고 다시 표면화됐다. 정부는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업계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협의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와 달랐다. 비공개로 진행된 1차 회의에는 산업부와 석유관리원,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석유협회, 정유사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주유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는 불참했다. 석유유통업계의 핵심단체인 이들은 앞으로도 불참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했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착수보고회에서 강경성 산업부 과장과 김동원 석유관리원 이사장이 “업계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하겠다” “업계에 귀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발언이 무색해지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협의체 회의를 두고 ‘얘기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초청장은 왜 보내느냐’ ‘초청해도 안오는데 무슨 의견 반영이냐’며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오래된 대립에 제도 도입의 취지는 퇴색되고 ‘이기고 말겠다’란 악만 남은 느낌이다.

이같은 ‘불통’의 상태가 지속되면 양측 모두 좋을 것이 없다. 업계는 이미 정비된 법령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정부는 업계의 동참없이 사업 성공을 이루기는 어렵다. ‘유통구조 선진화’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대의만큼은 서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그만 서로 합의점이 마련할 시점이다.

지리멸렬한 대립을 넘어 업계와 정부가 진짜 ‘소통’을 통해 바람직한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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