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규식 전국전력노동조합 교육문화국장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때리기가 연일 매섭다. 공공기관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방만경영과 임직원 과다복지를 지적하며, 복지축소와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죄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국민들로부터 부채증가의 원흉으로 지탄받고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매도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기업들은 작년 12월 부채를 30% 넘게 감축하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돈이 되는 알짜 자산까지 매물로 내놓는 계획을 짜는 등 부채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직원들의 복지축소를 위해서 노조측에 협의를 요청하였지만 노조측에서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복지축소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여 노사간 갈등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는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해외자원개발 같은 잘못된 정부사업으로부터의 전가와 요금인상 억제 등 대부분 정부정책을 이행하느라 떠안은 빚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5년동안 무모한 4대강사업과 해외 자원개발 등으로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한국토지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정책실패에는 애써 눈을 감고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임직원 과다복지가 부채의 주범인양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계획을 보면 전체 부채 감축 목표액은 39조5000억원인데, 이 중 복리후생비 등 복지 관련 감축액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 감축 목표액의 4.3%, 중점관리기관 부채 411조7천억 원의 0.03%밖에 안 되는 수준인 것이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 1인당 감축하기로 한 144만원의 복리후생비로 공공기관 부채 520조원(2013년도 기재부 전망치)을 모두 해소하는 데는 자그마치 3250년이나 걸린다”며, 정부가 직원 복리후생비 등을 침소봉대하여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만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내용 중 성과급 이면합의에 관한 부분도 실제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이미 공시되어 있는 노사협의 사항이다. 임금 가이드라인과 성과급 비율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최종 결정한 사항으로 사실상 정부가 해당내용을 이미 숙지하고 승인까지 한 것을 이면합의라며 왜곡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공공기관 개혁과 부채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 노동자들을 매도하기 전에 잘못된 정책을 입안한 정부 관료나 전문성 없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들부터 문책해야 한다. 정부 잘못을 외면한 채 독기품은 표정으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이나, 이에 질세라 ‘신의 직장’이니 ‘방만경영’이니 하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나팔을 부는 정치인들은 마녀사냥식 보여주기 정치인의 표본이라 하겠다.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보여주려면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마치 전리품 챙기듯 사유화하는 낙하산 관행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지 않고 어떻게 정부가 개혁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개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공운법 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정·해제, 임원 선임·해임, 경영 공시·평가 등의 막강한 권한이 공운위에 부여되어 있는데, 그 민간위원들은 죄다 기획재정부장관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거수기 역할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공익성의 담보를 위해 공운위 내부에 노동계 인사의 참여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사기업이 아닌 만큼 효율성과 함께 공공성, 공익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올바른 개혁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법을 무시한 정부의 위법적인 정상화 대책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정당한 노동권 행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묻지마 식의 공공기관 때려잡기가 계속될 경우 국민과 노조의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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