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길 원자력소통진흥회장

새해 첫날. 가족모임에서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는 최근까지 떠들썩했던 원전비리사태에 대한 생각을 여럿에게 물었다. 직장인과 대학생을 포함한 여러 직종에 근무하는 가족들이 많았지만, 감정적인 의견만 있을 뿐 아무도 깊이 있는 지식에 근거한 의견을 내지 못했다. 온 언론매체에서 연일 다루며 쏟아낸 뉴스를 접했는데도 말이다. 

그중 유독 목소리가 큰 삼촌의 ‘원전의 잦은 고장’,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을 우려하는 발언이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대학생인 동생이 문뜩 ‘대한민국 원자력발전,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그 순간 가족모임에 정적이 찾아왔다.

원자력에 관하여 다사다난 했던 지난해를 뒤로하고 갑오년 새해를 맞은 지금, 과연 ‘대한민국 원자력발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여러 주장을 할 것이지만, 그 중 예상할 수 있는 주장 중에 하나가 바로 원자력비중관련 문제일 것이다.

지난달 14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35년까지의 에너지정책 비전을 담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계획에 대해 양측으로 의견이 나뉜 양상이다.

우선 원자력발전 비중을 늘리자는 찬성 측 입장에서는 자연의 개발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반대 측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언급하며 자연은 후대를 위하여 보전위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팽팽하게 대립하는 원자력발전의 환경과 이용의 절충점은 무엇일까?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 기술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여 보겠다. 필자는 한울원자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인 경북 울진군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틈나는 대로 친구들과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낚시도 하고 등산도 하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성장해왔다. 이 시절,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인 원자력발전소에서 매연(연기)이 나오지 않는 점이었다. 이 궁금증은 당시로서는 큰 고민거리였다. 주변에 원자력에 대한 지식을 갖춘 이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대학교에서 원자력전공 지식을 습득하였다. 그 결과,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성장할 조건을 갖춘 원자력에너지가 아쉽게도 방사능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방사능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본 바와 같이 한번 사고가 나면 회복하기 힘든 재앙으로써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안전관리에 최우선을 두고 관리를 해야 한다.

물론 원전종사자들이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의 결과 국내 원전에서는 큰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예에서 보았듯이 원자력산업은 지역주민들의 지지와 동의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환경보존과 철저한 안전관리를 기반으로 주민 수용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집단인 원전사업자와 환경단체가 서로 감시자 역할이 아닌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주도적인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도 정부가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민·관 워킹그룹을 설치해 전문가 및 민간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적 민주성을 마련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원자력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지만, 그동안 원전산업이 국가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란 점은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는 내일의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들의 불을 밝혀준 원자력을 볼 때마다 좋든 싫든 ‘안녕(Hi)!’이라고 인사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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