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0년. 공공기관 직원 복리후생비를 줄여 부채를 해결할 경우 걸리는 시간이다. 

황당한 것 같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대중에게 펴는 논리의 이면에는 이런 사실이 가려져 있다.

‘공공기관에 부채가 많은데, 직원들 복지가 타 민간 중소기업보다 과도하다. 아무래도 이러한 복지가 공공기관의 부채의 원인인 것 같다. 빚도 많은데 지들은 잘 먹고 잘산다. 그러니 복지를 줄여서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대충 이런 주장 전개인 것 같다.

조금만 살펴봐도 오류투성이다.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부터가 틀렸다.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은 복리후생비가 아니라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해외자원개발 같은 정부사업으로부터의 전가와 요금인상 억제 등 대부분 정부정책을 이행하느라 떠안은 빚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5년동안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한국토지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급증한 게 이에 대한 증거다.

즉, 부채의 원인은 복리후생비가 아니라 잘못된 정부정책이라는 것. 그렇다면 부채를 해결하려면 복리후생비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고 정부정책을 문제 삼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게 이성적이며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주장은 일반 서민들보다 복지혜택을 더 누리는 공기업 직원들에게 분개하게 만들고 있다. 잘못은 정부서 하고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이용해 공기업 직원들에게 탓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40만 공기업 직원들보다 100만 공무원들의 연금 혜택이 더 과도한 복지라고 맞불을 놓으려 한다. 20년만 납부하면 퇴직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나오는 공무원 연금이야 말로 과도한 복지라는 것.

하지만 이도 본질에서 벗어난 논란이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 1인당 감축하기로 한 144만원의 복리후생비로 공공기관 부채 520조원을 모두 해소하는데 자그마치 325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3250년, 이것만 봐도 이 또한 실패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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