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조작기로 4% 적게 주유해 8개월간 82억 챙겨
정량조작 수법 갈수록 지능화…대책 마련 절실

▲ 적발된 주유소 전경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7초만에 주유정량을 4% 줄여 8개월간 8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주유소 19곳이 적발됐다.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김동원)은 휴대용 이식기로 손쉽게 주유기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신종수법으로 정량인 속인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소비자로부터 정량미달판매 의심신고를 접수하고 해당 주유소에 대해 비노출정량검사차량을 이용한 암행검사를 지속적으로 펼친 끝에 약 4%의 정량미달 사실을 확인했다.

이같은 방식에 따르면 소비자는 휘발유 5만원 주유시 4% 정량미달로 2000원을 손해보고 실제로 구입가격도 전국평균가인 리터랑 1889원보다 75.56원 비싼 1964원에 달한다.

관리원은 1차 단속시 정상 확인 된 것을 고려해 단순 조작방식이 아니라고 판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의뢰, 수개월간 잠복과 추적 끝에 주유기 조작 증거를 확보했다.

▲ 정량조작에 사용된 휴대 조작기 내부












조사결과, 주유기 수리업체 직원이었던 구모(53, 구속) 씨는 지난해 5월경 주유기 조작으로 정량을 속인 범죄 관련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인 김모(59, 구속) 씨에게 2000만원을 주고 주유량 변조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다.

구 씨는 김 씨로부터 변종 프로그램을 건네받은 후 중간 유통책인 신모(45, 구속) 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남양주 소재 H주유소에서 시험운영과 보완작업까지 마치고, 개당 200~300만원씩을 받고 설치해 주며 1억6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로부터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다 이번에 적발된 인천광역시 소재 Y주유소 등 19개 주유소 업주들은 차량과 화물 물동량이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유소를 임대한 후, 인근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정량이 미달되게 판매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8개월간 월평균 3000~4000만원씩, 총 82억40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메인보드를 탈부착해야 하는 기존 방식은 수일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단속 시 적발될 위험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휴대용 이식기를 개발, 메인보드에 연결하면 단 7초 만에 변종 프로그램이 직접 이식되고 흔적도 남지 않아 육안으로는 주유기 조작여부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 석유관리원 직원이 휴대용 조작기로 정량을 속인 주유소 주유기를 검사하고 있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유기에 부착된 조작버튼 중 특정 버튼을 누를 때만 정량이 미달되게 주유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은 주유기 검정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첨단검사장비를 적극 활용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갈수록 범죄수법이 지능화되고 있어 보다 강력한 제재와 단속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석유제품 수급보고 시스템’이 본격 운영되면 가짜석유와 정량조작 등을 포함한 각종 불법ㆍ탈세 행위를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 5월부터 석유관리원이 정량미달판매 단속업무를 시작한 이후 첫 해 3업소를 적발한 이래 지난해에는 81업소, 올해 3월까지 32업소를 적발하는 등 등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는 변조프로그램 설치 등 불법시설물을 이용한 악의적 정량미달판매행위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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