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유차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언론에서 보도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경유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총 신규 등록 차량 중 43.5%를 차지하여 42.5%의 비중을 차지한 휘발유 차량의 비중을 최초로 앞질렀다고 한다.

경유 차량의 가장 큰 장점인 높은 연비와 최근 자동차 기술의 개선으로 조용해진 차량성능 등을 고려해보면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제 고유가 시대에 적응해 빠르게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에너지효율이 강조되는 최근 국제에너지시장의 변화를 감안하면 자동차시장에서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경유 차량의 선방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다. 특히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은 연료전지나 수소 등 궁극적인 탈석유 차량이 상용화되기 이전 단계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자동차를 클린디젤, 즉 친환경적 경유차로 판단하고 이를 중심으로 친환경 차량의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작년 수입차 신규 등록 중 경유차 비중이 61.7%이고 수입차 판매량 순위의 상위권 대부분이 독일 경유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유럽 경유차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과거 우리나라에서 경유 차량들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천대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유 승용차의 국내 시판이 허용된 2005년을 기점으로 경유차의 확대와 이로 인한 대기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경유 연료 및 엔진에 대한 환경 기준이 강화되었고 경유에 부과하는 유류세까지 인상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간 경유 차량에 대한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유럽의 엄격한 환경오염기준을 맞출 수 있는 클린디젤의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생산되는 경유차들은 후처리장치 등을 통해 대기환경오염의 주범인 미세먼지 배출을 다른 연료 차량의 수준으로 끌어내렸을 뿐 아니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거리 당 탄소배출량 등은 다른 연료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에 다다르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에 맞춰, 이제 우리도 경유차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경유 차량에 대한 정책적 차별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경유차 개발 및 개선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국산 경유차의 성능이나 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높은 연비로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혜택을 수입차 구입이 가능한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누리게 된다면 형평성 측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

또한, CNG 버스 보급사업과 같이 의도적으로 경유 차량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정책은 이제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최근 개선된 클린디젤 버스나 하이브리드 클린디젤은 국내에서 무공해 버스로 불리는 CNG 버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유버스를 CNG 버스로 전환하기 위해 아직도 상당히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다.

CNG 버스에는 부가가치세 및 취득세 감면, 차량보조금 등 차량 구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만도 1대당 2000만원 이상이 지원되고 여기에 연료비 지원, 유류세 면제의 혜택까지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이외에도 CNG 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CNG 충전소 확보와 같은 간접적인 사회적인 비용이 소요되게 된다.

물론, 환경적으로 아직도 CNG 버스가 클린디젤버스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하다면 대기환경오염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만큼의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개선된 클린디젤버스와 향후 도입될 수 있는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와 같은 친환경 버스의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과연 상당한 정부의 예산이 특정 연료 차량에 투자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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