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환경부는 지난 달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임을 밝히며 강한 실천 의지를 천명했다.

최근 지구촌은 일찍이 겪지 못했던 폭염, 한파, 홍수, 가뭄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온실가스가 이상 기후에 주범으로 인식돼 이의 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화석연료의 사용량 감소와 화석연료의 대체재인 신재생에너지의 시장 규모 확대다.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지만, 생활수준 향상과 산업 성장에 대한 요구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무리하게 펼칠 수 없다.

반면 태양, 바람 같은 무한한 자연에너지를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여타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는 친환경적인 청정에너지로 화석연료를 줄여나가는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수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활성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벗어나 과도한 환경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투자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표방하면서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은 환경부의 과도한 규제에 걸려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발전에 유리한 입지가 대부분 백두대간 부근에 몰려있는 바람에 그간 계획됐던 사업들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말까지 기존 설치된 풍력 발전 용량은 560MW인 반면 보류된 사업은 그 3.5배인 1800MW에 이른다.

국내에선 냉대받고 있는 풍력발전은 작년 40GW가 전세계에 설치될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사업진행이 어려워 이미 투자된 수조원이 공중에서 분해될 위기에 처해있다. 환경부의 과도한 규제로 풍력산업이 국내 내수시장을 확보하지 못할 뿐더러 운행이력(track record)을 쌓지 못해 유망한 수출 길마저 가로막히고 있다.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바람개비를 단 탑을 세우는 것뿐인데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필요불급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내 풍력발전 사업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오히려 풍력발전기를 자기 농장 뜰에 설치해 활용하거나 관광자원으로 내세우며 친환경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원전과 화석발전을 대체할 차선책이 풍력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풍력산업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손톱 밑 가시를 과감히 빼내야 한다.

환경규제에 묶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비단 풍력발전 뿐만이 아니다. 조력발전도 비슷한 처지다. 천혜의 입지에 위치한 충남 태안의 가로림 조력은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혀 3년 이상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올해 말까지 처리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처럼 환경부가 과도한 규제를 거두지 않는다면 우리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 국가 중 꼴찌의 오명을 안고 있는 마당에 신재생에너지가 갈 길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통령은 산림청에 직접 풍력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제 환경부와 산림청의 의지만 남았다.

과연 해묵은 규제가 철폐될 수 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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