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성 정책으로 석유유통업자 고사"

▲ 3일 한국석유공사에서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가 왜곡된 석유유통시장 정책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양진형 석유유통협회 상무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너지신문] 한국석유유통협회가 거리로 나섰다.

정부정책에 예민한 석유시장에서 석유유통단계의 중간자였던 대리점업계가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 선언하고, 행동에 나선것은 드문일이다. 그만큼 대리점업자들의 사업환경이 악화됐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궐기대회 현장에서 만난 양진형 석유유통협회 상무에게서 집회를 하게 된 배경과 현재 석유유통시장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전면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회원사 대부분이 적자를 호소하고 있다. 판매물량은 소폭 감소세이나 마진이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휴폐업소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은 충분한 경쟁체제를 갖췄음에도 정부가 비정상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사업자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시장정책은 어디까지나 경쟁을 통해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지 사업자들의 도산이 아닌 만큼 정부의 정책이 이제는 전면 수정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또 정부 정책이 공사나 일부 대기업, 특정사업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불공정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석유공사의 유통업 진출은 정부나 공사가 경쟁을 기초로 작동하는 시장질서에 개입하는 행위를 바람직하지 않다. 석유공사의 유통업 진출 및 알뜰 주유소 지원은 석유정책을 수립하고 석유시장이 잘 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할 정부나 공사가 시장에 경쟁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특히 석유공사는 매월 정유사, 석유대리점, 주유소의 거래상황 보고를 받는 주체로 일반 업자들과 공정경쟁이 불가능한 만큼 즉시 개선돼야 한다.

▲정부의 알뜰정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 정부 지원으로 인근 주유소의 가격인하를 촉발해 전체 국민 후생을 증대한다는 취지는 옳으나 특정 주유소와 특정 대리점에만 특별한 지원을 하는 것은 공정거래 원칙에 위배된다. 정부가 알뜰의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 정부가 전체 1만3000여 주유소 중 10%도 안되는 알뜰에만 특별지원을 하는 것은 나머지 90%에 대한 부당차별로 볼 수 있다.

알뜰을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단하라는 것이 우리의 정확한 요구다. 석유공사를 통한 석유제품 공급은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유도한다기 보다 정부 개입에 따른 일시적이고 인위적인 가격인하다.

그외 시장개선을 위한 강제개입은 한시적이어야 하는 만큼, 이제는 정부가 물러설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부가 정말 유가 인하를 실현하려면 정책개입보다 현재 국내 유류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부터 인하해야 할 것이다. 

▲삼성토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삼성토탈의 정유시장 진출에 대해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권한은 없다. 단, 정당하게 진입하라는 요구다. 특히 삼성토탈은 오는 6월부터 현재 전국주유소의 약 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에 경유를 고정적으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하도록 정부가 특혜를 주는 셈이다.

정유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초기에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국내 정유사의 정제능력은 일 295만배럴인데 이중 점유율 7%인 1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정유공장을 신규설립하려면 상압증류시설에 약 4~5조원, 부대시설인 항만, 송유관, 저장시설에 약 2조원 등 최소 6~7조원이 투자돼야 한다.
 
하지만 삼성토탈의 제품은 어디까지나 원가를 책정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이것을 완제품으로 만들어 정유사의 정제 석유제품과 경쟁시키려 한다는 것은 불공정행위라고 판단된다. 정유산업에 진출하려면 제대로 된 정유시설을 갖춰 진출해야 한다.

▲향후 대응방안은?

- 대리점사업자, 주유소사업자들은 그간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대해 수없이 호소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무반응,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더이상 좌시할 수 없어 행동에 나선 만큼, 하루빨리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만여 주유소와 600여 석유대리점들은 뜻을 모아 보다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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