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사)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사무국장

[에너지신문]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등장시킨 후 기름 값이 하향 안정세에 진입한 현상을 보며 알뜰주유소정책이 물가안정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석유유통구조는 거대 정유사들의 독과점적 구조가 수십년간 이어지며 가격결정권이 기업의 전유물로 전락,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로 형성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알뜰주유소 등장 이전인 지난 2011년까지 국내 정유사들이 수십년 동안 정제(생산)에서 유통까지 독점하며 담합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원에서 수조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정유사의 자본과 조직, 힘의 논리에 눌려 주유소들은 사후정산 등 부당한 유통구조에 끌려 다녀야 했고,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알뜰주유소는 석유유통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한 제도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12월 1호점을 개소하고, 1년 11개월 만에 1000호점을 돌파, 현재 1031개소가 영업하며 전국 주유소의 약 8.1%를 점유해 정유사들의 비합리적인 운영체제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특히 알뜰주유소는 실종된 정유사의 경쟁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해 공급자는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이었지만 다음해 S-OIL이 GS칼텍스를 밀어냈고, 삼성토탈까지 가세해 정유시장의 자율 경쟁체제를 강화시켰다.

이처럼 알뜰주유소는 등장 소비자 편익증대와 유가시장 가격 안정에 상당수준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업계가 올바른 발전방향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자체 독립회사를 설립, 알뜰을 자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현재 4위 규모의 정유사의 폴 주유소가 2000개 정도임을 고려하면 자영알뜰주유소가 1500~2000개 정도가 되어야 경쟁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NH알뜰(농협)은 농협 자체 입찰을 시행하고 있어 진정한 바잉파워를 발휘하기 어렵고, EX알뜰주유소는 도로공사가 정유사와 임대계약을 맺어 무늬만 알뜰일 뿐 정유사의 영향력 아래 있어 알뜰주유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자영알뜰주유소 확대가 절실하다.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는 현재 정부·석유공사 관리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쟁력 확대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선은 기존 알뜰주유소들의 자생력 향상이 급선무다.

가격 인하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공급가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알뜰주유소 공급제품의 50% 이상을 정유4사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는 경쟁 요인이 부족한 만큼 정유4사의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삼성토탈 및 수입석유의 비중을 확대해 경쟁적인 공급가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또 전자상거래 시장과 복수 상표제품 혼합판매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도 알뜰주유소 정책의 장기적인 성공에 중요한 열쇠이지만, 그에 앞서 석유제품 수입자 추가 허용 등 경쟁적인 도매시장 형성을 위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알뜰주유소에 대한 시설지원 수준이 정유사가 해당 정유사 폴 주유소에 제공하고 있는 지원 범위에 비해 낮은 수준인 만큼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셀프주유기 지원 등의 시설 지원과 외상거래에 따른 지급보증 금액 상향조정, 주기적인 도색 작업, 지하 탱크 청소 등 제품관리 외에도 알뜰주유소 브랜드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주유소협회, 석유유통협회 등은 석유수급보고시스템 주간보고 반대를 주장하며 독과점적 구조의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시행초기 마음으로 제도보완이 재정비되어야 할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산업부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정부정책에 적극 참여한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에게 보다 안정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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