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교수

[에너지신문]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셰일혁명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지형의 지각변동 이후 향후 경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건이다. 

과거 에너지 수입수출 구조상 유럽과 러시아는 불안한 상호에너지 의존과 우크라이나 경유라는 문제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유럽은 러시아에 가스수입의 30%를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수입된다. 러시아도 가스수출의 90%, 석유수출의 80%를 유럽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의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 의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주로 ‘남부가스회랑(Southern Gas Corridor)’ 구축에 집중되어 왔으며, 이것은 중앙아시아(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와 중동(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의 가스를 나부코(Nabucco)라고 불리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었다.

나부코는 최근 불가리아, 이태리, 그리스를 우선적으로 연결하는 TAP과 TANAP을 추진하는 방안이 급진전되고 있다. 러시아 가스를 대신해 아제르바이잔 가스가 유럽에 주로 공급되는 방안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의존을 줄이기 위하여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드스트림(North Stream)과 러시아와 불가리아, 이태리 등을 직접 연결하는 사우스스트림을 추진해왔다. 이태리, 불가리아, 그리스, 과거 유고슬라비아 등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이 높고 LNG 수입이 지형적으로 쉽지 않은 지역의 에너지공급을 둘러싼 TAP과 사우스스트림의 경쟁이 가열되는 것이 최근 2012~2013년 형국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자 다음과 같은 새로운 움직임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첫째, 북미셰일혁명의 여파는 해안에 인접해 LNG 수입이 용이한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스가격 저감과 가즈프롬 장기계약의 유연화 등의 형태로 나타났으나 중부유럽과 남동부유럽은 러시아의 지배가 견고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은 셰일가스 개발을 러시아 독점 구조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해 왔으며, 사태직전 미국의 셰브론은 우크라이나와 100억불의 셰일가스 개발 계약을 체결했었다.

전반적으로 유럽전체의 셰일가스 개발이 반대론을 잠재우고 개발론의 방향으로 급진전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LNG 수출에 대한 유럽의 요구가 늘어나고 미국내 여론도 LNG 수출을 지정학적 무기로 고려하는 방안이 우세해 질 것이다.

둘째,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로 인한 국가 수입 가운데 천연가스 수입은 30%이며 아직 석유수출로 인한 수입이 70% 가량으로 더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봉쇄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가져 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국제석유가격의 하락이 러시아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전략석유 비축분을 방출해서라도 국제유가를 하락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셋째, 유럽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러시아의 아시아 가스와 석유시장 공략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러시아의 아시아 시장공략은 2011년 1월 이후 ESPO 파이프라인을 통한 중국(일일 30만배럴)과 태평양 항구 코즈미노(일일 30만배럴)로의 석유수출과 2012년 12월 ESPO 2단계 완공이 보여주듯이 가스 수출보다는 석유수출이 아직 훨씬 더 성공적이다. 코즈미노 항구에서 미국은 러시아 석유를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구매했었으나 셰일오일 생산으로 미국의 러시아 석유수입이 줄어들고 대신 중국이 수입을 늘릴 것이다.

최근 로스네프트 사장 이고르 셰친은 잇달아 인도, 베트남, 일본을 방문해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중국과 러시아 간의 가스계약 타결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조만간 한국과 러시아 간에도 가스 관련 새로운 제안이 러시아로부터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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