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공학박사

-신재생에너지 이용확대는 ‘명분’에 불과-
-공개자료 각종 오류 발생, 검증과제 산적-


[에너지신문] 왜 Green Heat 이라고 말하는가?

2013년도 하반기부터 ‘수도권 광역열배관 네트워크사업’이 에너지시장을 달구고 있다. 후에 ‘수도권 Green Heat Project’라고 명명된 이 사업은 열생산지역인 서인천지역과 열수요처인 수도권을 거대한 열배관 연계를 통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그린(Green)이 주는 이미지가 그린피스(Green Peace)와 같이 공익성을 상징하고, 청정한 이미지를 연상케 명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상은 좋았으나 이 사업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불가피하며, 생산되는 열원의 상당부문이 기존 화석연료가 투입되어야 하는 등 환경성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의 주장에 의하면, 광역망이용량은 연간 290만G㎈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열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신재생에너지라 주장할 수 있는 폐기물에너지는 전체물량의 1.7%에 불과한 5만G㎈/y에 지나지 않으며, 이 양도 이미 청라에너지와 사용계약이 완료된 중복물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발전소 185만G㎈/y는 LNG복합화력에서 전력생산을 줄이는 대가로 나오는 추기열에 불과하며, 수도권매립지물량은 건설과 추가연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과다계상 되어 있다.

신재생에너지 이용확대라는 사업추진 명분을 살리기 위한 구실 또는 끼워넣기식에 불과하므로 Green Heat이 아니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표자료는 발표시점마다 왜 다른가?

일반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수요와 투자비 추정은 가장 기본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해 11월12일 이 프로젝트가 처음 발표될 당시 총 열생산량은 1104만G㎈/y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약 4개월이 경과한 지금의 열생산량은 1/4로 축소되었다. 물론 사업규모를 축소하였기 때문에 데이터의 직접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난의 주장처럼 수도권에 천만G㎈/y가 넘는 엄청난 열이 버려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발표는 공기업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비교를 위해 축소된 1-1구간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발표자료는 여전히 신뢰성이 없다.

2013년 12월26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1-1구간의 광역망 투자비는 2,891억원이었다. 그러나 2014년 3월 3일 보고서는 53㎞에 3,007억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고 주장하였고, 3월 24일 도시가스업계에 제시한 보고서의 광역망은 이 보다 10㎞ 늘어난 63㎞, 투자비는 117억원이 증가한 3,124억원이 제시되었다.

투자비는 증가하였으나 광역망 IRR은 변화가 없다고 한다. 이 밖에 동일 시점 비교 시 회수가능 열량과 열수요량 분석, 경제적 효과 등도 상이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한난은 아직 완성된 사업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제기된 문제점들을 반영하므로 계속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쉬운 대답이며, 책임없는 대답으로 비친다. 대통령 주관회의에서 보고된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점마다 필요에 따라 데이터가 변동한다면, 과연 누가 이 프로젝트를 신뢰할 것인가?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의 중요성을 볼 때, 과연 이 프로젝트는 유용한가?

다양한 에너지원이 존재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현대는 물론 미래에는 70~80년대의 중후장대한 시스템으로는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해당지역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대규모 광역망 없이 해당지역에서 사용하는 구조가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양주열병합의 잉여열 노원지구 연계 논의, 수도권매립지의 청라지구 열공급 등 지역별로 열수급에 관한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왜 잘 형성되고 있는 시장을 공기업이 나서서 교란하는가?
공기업은 공기업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서울지역(강서/목동/사당)에 열수요는 있는가?

한편, 한난은 유력수요 산정기준을 ‘사업자 자체 연계망이 구축되어 있거나 구축할 계획이 있어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난의 광역망은 이미 방화대교 하단부터 가양대교를 거쳐 올림픽대교를 따라 목동지역으로 오는 SH공사 열배관과 상당 부분 중첩되고 있다.

또한 GS Power가 기존 열배관을 이용하고 일부 구간(11㎞)만 연결하여 목동(SH공사)에 열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광역망이 목동지역에 공급할 열수요는 없다.

최근 서울시가 한난에 준 공문 내용은 수요가 생긴다면 광역망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에 불과한 만큼, 이를 가지고 목동에 수요가 있다는 억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85만G㎈/y에서 목동 물량 60만G㎈/y가 빠져도 사업이 가능한가 ? 시장과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마치 이 사업은 3000억원 규모만 투자되면 지역난방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호도되나, 이는 한난의 광역망 투자비에 불과하다.

복합발전소를 열병합시설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시설개조비와 열수요자(소매사업자) 투자비는 한난의 자료를 믿더라도 약 5000억원이 소요된다. 문제는 여기에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투자비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부족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가 발표하는 예비율 자료를 인용하며 친절하게 설명하는 한난이 정녕 소비자 부담분은 밝히지 못할 이유가 있는 지 반문하고 싶다.

공청회나 토론회 마다 문제 제기를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있을 뿐이다. 한난의 홍보자료를 기준해도 최소 5000억원 이상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 부담분을 감안할 경우, 총 투자비는 약 1조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변한다.

정부의 방침과 이 프로젝트는 무관한가?

2008년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의거, 경쟁여건 조성을 위해 한난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가 될 때까지 신규 사업 참여를 제한하라는 지침을 시달한 바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첫번째 과제는 공공기관의 경영혁신을 들고 있다.

부채비율이 190%가 넘는 한난이 사업성이 불투명한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이 과연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행위인가? 이 프로젝트가 부실해지면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사업 전체가 동반부실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에너지원별 장점을 살린 상생의 시장조성이 필요할 때

이 밖에 20년이 경과하였다고 클러스터내의 모든 아파트가 지역난방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수요추정의 오류, 발전소 추기열의 논쟁, 10%가 넘는 지역난방 단지 내 손실과 광역망 손실율을 합한 지역난방의 전체 손실율 등 검증되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에너지절감량 산정과 투자비산정도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우리는 지역난방 수요정체로 인해 광역망사업을 추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공공요금의 산정방식(총괄원가 보상방식)에 편성하여 불필요한 투자를 확대하여 사업과 조직확장을 꾀하는 A-J효과는 엄격히 차단되어야 한다. 지역난방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도시가스 개별난방은 지역난방에 비해 다양한 장점과 역할이 있다. 에너지의 범용성(공급지역 및 다양한 용도 등)은 물론, 지역난방에 비해 초기투자비와 개체비용 및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한 취사·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며, 취약계층의 난방공급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반면 지역난방은 쓰레기소각열 등 다양한 열원을 이용할 수 있고, 별도 보일러실 설치가 불필요하므로 공간 활용도가 높으며 아파트 미관도 도시가스에 비해 우수하다.

지역난방이 강점이 있다는 요금은 아파트 현황(규모, 개별면적, 건축시기 등), 운전형태, 요금변동시기 등에 따라 가변적인 만큼 직접 비교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각 사업별 특징과 장점을 살린 합리적 시장조성이 요구된다. 정책의 일관성 부재와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만신창이가 된 CES사업과 같은 전철을 막기 위해서는 집단에너지사업의 사업규모 조정 등 합리적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이 프로젝트는 총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한 두달 혹은 일 이년 후에 추진한다고 해서 결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기 위한 졸속사업은 국민경제만 어렵게 할 뿐이다. 정확한 수요추정과 함께 적정공급가 산정 등 면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도권 물류혁신을 꿈꾸며 2조2500억원을 투자한 경인아라뱃길의 사업성적표는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당초 수자원공사는 연간 676만7000톤의 물동량을 예상했으나 실제 물동량은 31만1000톤에 그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당시에도 반대의견은 무시당했다. 모든 자료는 공개되고 토론을 통하여 모든 이해관계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후에 정부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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